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늘의 경제소사/ 10월 19일] <1527> 스페인 제국의 탄생


1469년 10월19일, 카스티야 중북부 바야돌리드. 이사벨 공주와 아라곤의 왕자 페르디난도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베리아 반도를 점유하던 그라나다(이슬람), 카스티야, 아라곤, 포르투갈 가운데 가장 강했던 두 나라의 왕위 계승권자 간 혼인이었지만 결혼식은 썰렁했다. 비밀결혼이었기 때문이다. 신랑보다 한 살 연상인 18세의 이사벨은 이복 오빠인 카스티야 국왕 엔리케 4세가 명령한 포르투갈의 40대 홀아비 국왕과의 혼인을 거절하고 궁전을 탈출한 상태. 이사벨의 청혼편지를 받은 페르디난도는 변장을 하고 카스티야로 잠입해 마침내 식을 올렸다. 죽을 고비를 넘길 만큼 둘은 사랑했을까. 유아기에 정혼해 3년 만에 파혼한 게 인연의 전부였던 두 사람은 사랑보다 계산이 앞섰다. 특히 이사벨은 성장을 위해 아라곤과의 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 비밀결혼 직후 이사벨은 왕위 계승권을 박탈 당했으나 이복 오빠가 사망한 1674년 왕위를 차지했다. 1679년에는 페르디난도 역시 왕위를 물려받아 두 사람은 카스티야-아라곤 연합왕국의 공동군주에 올랐다. 오늘날 스페인 국명이 여기에서 나왔다. 성년까지 살아남은 두 사람의 자녀 다섯 명의 후손은 16ㆍ17세기 유럽 왕가의 3분의1을 차지했다. 영국왕 헨리 8세가 가톨릭과 단절하고 국교회를 세운 것도 둘의 막내딸 캐서린과의 이혼 문제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큰 영향은 세계적 제국의 출현. 호전적 내륙국이던 카스티야와 해양국가인 아라곤의 결합은 콜럼버스의 항해와 남미 정복으로 이어졌다. 이슬람 세력을 유럽에서 완전히 몰아낸 레콘키스타로 독자적인 서구 문화가 시작되고 스페인에서 추방 당한 유대인들이 유럽 각지에 공동체(게토)를 세워 종국에는 국제적 자본가로 성장한 것도 역사상 가장 특이했던 정략결혼의 연장선상에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