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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즌 맞아 그린 관리 비상

봄 이상 저온, 폭염ㆍ폭우 지속 등 영향 <br>가을 시즌 맞아 골프장 그린 관리 비상


경기 북부의 A골프장. 퍼트를 하면 눈 굴리기 하듯 볼 표면에 모래층이 생긴다. 이용객들에게서 ‘풀 반, 모래 반’이라는 불평이 나온다. 경기 용인의 B골프장. 그린 잔디 사이로 바닥의 검은 이끼층이 드러나 보인다. 지저분해 보이는 데다 잔디가 듬성듬성해 볼도 비틀거리며 굴러간다. 요즘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많은 골프장의 그린 상태는 ‘골프달력’ 상 황금시즌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좋지 않다. 이유는 이상기후에 가까웠던 날씨에서 찾을 수 있다. 29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설 잔디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기상 상황은 잔디 관리에 최악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 취약한 한지(寒地)형 잔디인 벤트그래스 등 그린 잔디에는 치명적이었다. 5월까지 지속된 이상 저온 현상, 9월 중순까지 이어진 더위와 폭우가 주원인이 됐다. 잔디는 매년 4~5월에 체력을 강화해 여름을 나야 하는데 올해는 봄철 생육기간이 예년보다 15~20일 짧았던 채로 고온기를 맞아야 했다. 생장이 불가능한 고온기(일평균기온 25℃ 이상)는 지난해 30일의 2배인 62일에 달했다. 게다가 8월 한달 동안 비가 내린 날은 26일이나 됐다. 심규열 잔디연구소 소장은 “최악의 기상으로 인해 특히 한지형 잔디가 식재된 그린에 잔디 밀도 저하, 조류(이끼류)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됐다”고 말했다. 약해진 잔디가 햇살과 습기에 쉽게 녹거나 죽으면서 잔디 밀도가 떨어져 모래를 뿌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끼의 생장이 빨라진 것도 잔디가 조류의 광합성을 충분히 방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염, 폭우 속에 무리하게 영업을 강행한 것도 잔디 상태 악화에 일조했다. 페어웨이 상태도 최상은 아니다. 들잔디는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왕성하게 자라났지만 잇따른 폭우로 지면이 울퉁불퉁해지거나 부분부분 잔디가 쓸려나가기도 했다. 본격 시즌을 맞은 골프장들은 그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날씨가 선선해짐에 따라 그린 잔디의 활력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또 코스 컨디션을 감안해 이용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종관 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은 “일종의 천재지변으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며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일부 골프장들은 그린피 할인, 식음료 또는 골프볼 제공 등을 실시하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잔디 밀도가 떨어진 그린에서는 경사를 덜 보고 좀더 과감하게 퍼트하는 게 유리하다고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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