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갔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의무 등 기본 내용조차 합의하지 못해 법안 실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중 국토교통부와 법원행정처 등 유관기관과 여야가 협의체를 구성해 상가권리금 법제화를 논의한 뒤 4월 임시국회에서 재심의할 계획이다. 이미 여야는 지난 1·2월 두 차례에 걸쳐 법안을 살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임시국회로 넘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법적 개념이 없었던 상가권리금을 처음 법 테두리 안으로 넣는 만큼 파급력이 커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상가권리금 관련 법은 정부 대책을 의원 입법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개정안에 더해 이를 보완한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개정안 내용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이에 따라 상가 세입자들과 시민단체에서는 법안 통과를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김 의원의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고 이후에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에선 정부 대책에 담긴 기본 내용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대책을 담은 김 의원의 개정안은 임대인이 계약 종료 후 2개월까지 세입자가 새로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이후 손해배상 청구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법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제3자인 임대인에게 협력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지, 손해배상 청구를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도록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사위 전문위원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따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정부 대책이 발표된 뒤 5개월여가 지나도록 상가권리금 대책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제대로 된 검토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사위에서 1·2월 두 차례 법안을 상정했을 당시 실제 논의시간은 각각 5분, 30분에 그쳤다. 5개월여간 사실상 법안이 방치돼 있는 동안 전국적인 권리금 데이터베이스 시행 이후 부작용 등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이에 더해 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대책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관계자들 역시 보직이 변경돼 새로운 실무진이 처음부터 검토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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