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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26일] 소신과 영혼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입니다.” 이명박(MB) 정부 출범에 앞서 정권인수위원회가 국정홍보처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을 당시 한 공무원이 내뱉은 말이다. 기자실 폐쇄 등이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한 변명이었다. 이 같은 궤변은 한 동안 국민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또는 변명을 위한 수사(修辭)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비슷한 상황이 국토해양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민간 건설업체의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국토부가 내놓은 것이 바로 분양가 상한제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의 가격을 부추기면서 정부가 민간 건설업체의 분양가에 과감히 칼을 들이댄 것이다. 상한제 카드를 꺼낼 당시만 해도 국토부는 민간 건설업체를 힐난했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격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면서 국토부가 이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명분을 듣다 보면 더욱 기가차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명 반시장적인 규제입니다.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하는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폐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어 아쉽습니다.” 이 말을 한 관리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낸 인물이다. 직간접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기획한 그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민간 건설업체를 비난하며 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사람이 이제 와서 ‘반시장적인 제도’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욱이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는 만큼 건설사는 고분양가로 분양에 나설 수도 없어 분양가 상한제가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정책은 아니다.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때나 한번쯤 고민해도 될 정책이다. 아마도 MB의 전봇대 뽑기 시류에 동참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영혼 없는 존재라고 자책한다. 정권의 비위만 맞추다 보니 영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제는 자책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소신 있는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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