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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1월 2일] 日 은행 현지화의 실패와 교훈

한국의 일류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회사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삼성ㆍLGㆍ현대가 세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면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에서 한국의 일류 기업들은 글로벌 리더로서 두각을 나타낼 것인가. 유감스럽지만 장래는 밝지는 않다. 자동차와 휴대폰ㆍLCD 등 상품 생산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세계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실용성만 있으면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도 사고팔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은 세계 각국 현지에 맞는 서비스를 나라마다 상이한 규제의 틀 속에 있는 시장에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상당한 시련을 겪게 된다. 더구나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도요타와 소니 같은 일류 기업을 가진 일본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성공 케이스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은행이 없는 현실은 글로벌 금융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얼마 전 필자가 남가주대에서 가르칠 때 그곳 경영대 자문위원을 하던 일본계 은행 고위간부를 만나 오랫동안 깊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화제의 핵심은 왜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성공한 일본 기업들에 비견할 만한 세계적 수준의 일본 은행이 없는가였다. 남가주에 본부를 둔 일본 은행의 중역을 지낸 일본계 미국인과의 교감이 중요했던 것은 사정이 비슷한 한국의 은행들이 후일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패러다임 형성에서 조그만 도움이라도 될까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해외 금융 시장에서 경쟁은 치열하고 거기에서 이길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것은 현지에서의 깊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모두가 갖고 있지만 정답을 찾는 과정은 무척 조심스럽고 어렵다. 그러기에 지난 1980년대 초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일본계 현지법인 은행들 중 하나를 경영했던 경험을 가진 미국 현지 뱅커와 나눈 얘기는 필자에게 무척 유익한 것이었다. 이 대화를 바탕으로 미주 한인 은행권의 사정을 20여년간 관찰해온 필자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잠재적 결론은 이렇다. 첫째 예로 들 수 있는 일본계 M은행(현지실패)과 영국계 HSBC(현지 성공)의 경영모델의 극명한 차이점은 커뮤니케이션 수준에 있었다. 일본 사령탑과 그곳에서 온 뱅커들은 현지화 경영의 뜻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현지 영어만 하는 중간경영자들과의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많았다. 은행 경영에서만이 아니라 미국금융감독기관과의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마찰과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HSBC 경영자들은 영국과 캐나다 출신들이라 의사소통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쉬웠다. 둘째 일본계 은행은 설익은 실력을 가진 미국 MBA 출신의 일본 직원들이 미국 시장과 금융감독 현실에 대한 몰이해가 현지화 실패를 가져왔다고 보았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하겠지만 미국에 와서 몇 년 공부만 하고 귀국한 이들은 미국 현지 사정을 잘 모른다. 캠퍼스가 있는 동네에서만 바라본 세상과 냉혹한 비즈니스 현실이 자리한 금융시장은 너무나 다르다. 이 뱅커는 재미난 얘기를 했다. 영어를 조금한다고 생각하는 설익은 MBA 출신보다는 일본 금융계에서만 평생 몸 담은 일본사령탑의 최고경영자(CEO)가 오히려 더 신축성 있고 세계 시장에 대한 비전을 갖고 마음도 열려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필요조건(충분조건은 아님)은 언어가 다른 현지인들을 잘 알아보고 뽑아서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미 금융 당국과의 경우를 보더라도 말 잘하는 미국인 실무책임자면 쉽게 넘어갔을 중요한 감사에 관련된 사안들도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외국 출신 중간관리층이면 일이 힘들고 꼬여버린다. 한국의 서비스 분야 일류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 할 때 일본의 실패 사례를 잘 관찰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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