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중인 숭례문 옆에 지하 쓰레기집하장을 설치하는 공사가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달 중순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는 서울시와 함께 집하장 부지에서 발굴조사를 한 결과 문화재나 옛 성곽 유적이 나오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조만간 공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문화재청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중구는 숭례문 주변의 시설 공사 허가권을 가진 문화재청이 이미 발굴조사를 조건으로 집하장 건립을 허가한 상태여서 이변이 없는 한 이달 17∼19일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공사 부지는 숭례문에서 40여m 떨어진 남대문시장 앞 공터로 예전부터 시장의 각종 음식물 쓰레기와 폐지 등을 쌓아놓는 옥외 집하장으로 쓰여 미관상 나쁘고 악취도 심했다. 시와 구는 이에 따라 이곳에 지하 7m 깊이의 집하장을 세워 쓰레기를 땅 밑에 거둬들여 환경을 개선하고 지상 420여㎡ 공간은 시민 광장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구 관계자는 "문화재청도 남대문시장의 쓰레기를 처리할 합리적인 방안이란 점을 인정했다. 광장을 조성하면 시각적으로도 숭례문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 집하장도 쓰레기 투입구와 대형 승강기가 지상에 노출되는 만큼 숭례문 주변을 역사ㆍ문화 공간으로 만들 때 걸림돌이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이런 시설을 발굴조사 조건만 달아 허락한 문화재청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다른 부지로 집하장을 옮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지하상가 상인들은 시나 구가 숭례문과 가까운 이 땅을 문화 공간으로 개발하겠다는 기존 방침과 달리 일방적으로 공사를 추진해 이해관계자인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숭례문 수입상가 지하1층 지주회(점포 소유주 모임) 손도원 회장은 "건축법 45조가 정한 '이해관계자 동의'를 받지 않아 법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시장 상인들 사이에는 편의성 등의 이유로 해당 시설을 찬성하는 여론이 많다"며 "시장 다른 곳에는 적당한 넓이의 빈터가 없어 위치 변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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