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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막걸리 시장에 봄이 오려면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CMD (상품기획자)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인 막걸리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3년 동안 수입맥주·와인 등의 인기가 높아진 대신 막걸리 매출은 3년 연속 감소세다.

롯데마트의 막걸리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에는 5.8% 마이너스 신장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2.3%, 15.9%가 줄어들었다. 안 팔린다는 사실에 더해 매출 감소폭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막걸리시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팔리는 상품들은 유명 브랜드 상품 몇 가지뿐이다. 지난해 가정용 유통채널 막걸리시장에서는 2개 유명 브랜드의 점유율이 53.4%에 달했다. 전국에 양조장이 600개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영세업자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현재 영세 막걸리 업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유통 노하우도 없고 패키지 포장기술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형 업체에 비해 프로모션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용기 사이즈 등도 규격화돼 있지 않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혼자 힘으로는 어렵고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중소 막걸리 업체 3곳과 마주했다. 이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동 브랜드를 달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한 업체들은 그동안 각각 다른 용기와 용량의 상품을 출시해왔으나 앞으로 동일한 용기를 사용하게 됐다. 또한 패키지 디자인도 세련되게 바뀌었다. 이들이 함께 사용하게 된 브랜드는 '어깨동무'다. 각자 다른 곳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업체들이 브랜드처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롯데마트는 중소 막걸리 브랜드 어깨동무 상품을 전국 점포에 입점해 판로를 제공하는 한편 앞으로 원료 공동구매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시장에는 대기업이나 정부가 작은 도움의 손길만 내밀어도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중소·영세기업들이 많다. 지난해에는 롯데마트와 함께 중소 두부 업체가 공동 브랜드를 달았고 이번엔 중소 막걸리 업체들이 공동 브랜드를 앞세워 봄을 기다리고 있다. 더 많은 중소기업 상품들이 대기업과 상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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