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비상등이 켜진 이머징 국가의 대표주자 중국과 인도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폭발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과 재정적자 불을 끄기 바쁜 유럽 등 선진국들의 금 수요량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세계금협회(WGC)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의 금 수요량은 600톤 가량을 기록해 10년 전 대비 3배 가량 늘어났다. WGC는 '2010년 금 수요 트렌드 보고서'에서 2010년 중국의 금 수요량이 579.5톤을 기록, 전년대비 27% 증가했으며 중국의 금괴와 금화 수요도 전년보다 70% 증가한 180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금 수요가 증가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금 매입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당국의 목표 치였던 3%를 초과하는 평균 3.3%를 기록했으며 11월에는 5.1%까지 치솟았다. 또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은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정부가 나서서 금 생산량을 늘려 직매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중국금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 금 생산량은 전년대비 8.6% 증가한 340.9톤을 기록해 4년 연속 세계 금 생산국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금 수요국 인도도 귀금속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 해 금 수요량이 전년대비 66%나 늘어난 963.1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인도 금융 전문가들이 예상한 805톤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세계 금 '블랙홀'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의 영향으로 지난 해 금값은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 해 평균 국제 금값은 온스당 1,224.53달러를 기록해 2009년 대비 25.5% 상승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금 수요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WGC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의 금수요량은 233톤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해 미국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금을 내다팔고 금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판단,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유동성이 부족한 금을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제 2위의 금 보유국인 독일의 지난 해 금 수요량은 전년대비 5% 감소한 127톤을 기록했다. FT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금매각상한협정(CBGA)으로 금 매도세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금만한 매물이 없다"며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금 매수세보다는 매도세가 우위를 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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