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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월 17일] 은행 건전성 문제가 환율불안 진원지

원ㆍ달러 환율과 외평채 가산금리가 계속 뛰면서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달러당 1,25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1,400원을 넘었다. 연초 2.6%였던 외평채 가산금리도 최근에는 3.6%를 넘어 한달여 만에 1%포인트나 급등했다. 환율이 뛰고 가산금리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고 중국ㆍ일본과 공동펀드를 확충하는 등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과는 달리 국내 은행들의 자체 신용에 의한 외화조달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와 영국ㆍ러시아 등의 금융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규차입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 외채의 만기연장까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엊그제 4억달러의 후순위채권을 관례대로 조기 상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들의 신용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금리가 뛰는 등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외화조달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외화조달의 어려움과 유동성 부족,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 고리를 끊으려면 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만기 도래하는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을 전액 연장하도록 해 은행에 큰 짐을 지웠다. 기업 부도를 최대한 막아보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에 따른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중 10% 정도만 부실해져도 은행권은 16조원 정도의 부실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미 기업과 가계대출 부실이 늘면서 금융권 연체금만도 33조원을 넘는다. 시중에는 ‘3월 위기설’ 등 제2의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진원지는 은행이다. 금융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은행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은행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자본확충펀드 얘기가 나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은행에 대출확대를 요구하려면 충분한 실탄을 지원해야 한다. 은행들도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금융 시스템 안정에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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