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가총액(종가 기준)이 세계에서 주식시장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고(故)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의 사령탑을 맡은 지 3년반 만에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키우며 전 세계 시총 1위의 위상을 굳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 커지면 성장이 정체된다는 논리는 낡은 도그마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성장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뉴욕의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애플 주가는 10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22.15달러까지 상승한 끝에 전날 종가보다 1.92% 오른 122.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시가총액은 7,107억4,000만달러(약 779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인 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로 세계 19위 경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총생산(GDP·2013년)과도 맞먹는다.
쿡 CEO는 틀에 박힌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것이 애플 고성장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의 '기술과 인터넷' 회의에 참석한 그는 '중국 시장에서 저가폰을 팔아야 한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닌 헛소리"라며 중국의 가파른 경제성장과 중산층의 부상이 애플에 큰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기업이 커질수록 성장속도가 느려진다'는 법칙을 믿지 않는다"며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이 신생 벤처기업만큼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쿡 CEO는 "스티브( 잡스)는 오랫동안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생각에 한계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사고를 우리에게 심어줬다"며 "우리는 숫자에 초점을 두지 않고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들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선보인 애플은 오는 4월 스마트워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전기차 사업에도 손을 뻗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은 이날 캘리포니아주에 지어질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8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가 내년 말 완공할 예정인 이 발전소는 향후 25년간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애플의 신규 사옥과 모든 사무실, 매장들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쿡 CEO는 "애플은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는 기업이 아니다"라며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매장 확대와 인프라 유지에 대한 투자와 주주 환원에 현금을 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애플은 현재 1,42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필요없는 돈은 쌓아두지 않고 주주들에게 배당할 것"이라며 4월 중 새로운 주주 환원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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