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도 롤모델로 제안할 정도다. 그 같은 교육열 뒤에는 '치맛바람'이라는 핀잔마저 감수하고 자식 잘 되기만을 바란 한국 엄마들의 힘이 있었다.
교육열이야 우리가 높겠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진대, 다른 나라 엄마들도 꼭 우리 엄마 같은 모습일까?
사진 기자인 피터 멘젤과 작가 페이스 달뤼시오 부부가 함께 펴낸 이 책은 알바니아를 시작으로 브라질ㆍ쿠바ㆍ요르단ㆍ일본ㆍ태국ㆍ미국 등 전세계 20개국의 엄마들 얘기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각 나라에서 통계상 가장 평균치인 가정에서 살아가는 21명의 여성들을 만나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가든 그들의 잔잔한 삶을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포착했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이 엄마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자 가장 큰 부담"인 건 이웃 나라이건 먼 나라이건 마찬가지다. 아기를 한쪽 팔로 안고 목욕시키느라 땀이 송송 맺히고, 능숙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딸의 긴 머리카락을 묶어주는가 하면, 가구 위로 걸어 다니는 자녀를 꾸짖는 목소리 등은 우리네 엄마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즉 다른 나라에서도 양육 책임은 주로 여성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엄마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가사 부담이나 맞벌이 여부, 여성으로서의 지위 등은 미묘하게 다르다. 아이티 주부 당트 델포아르 부인은 글을 읽을 줄 모르고 식사도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지 못하지만 6명의 자녀와 함께 기도하는 것이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한다. 선진국인 일본의 주부 사요 우키타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문명 속에 있지만 남편이 집안일을 하나도 돕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고단하면서도 솔직하고 아기자기한 삶의 풍경 속에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에 담긴 위대한 의미가 배어난다. 저자는 "이들의 삶은 서로 달랐지만 자신의 삶이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딸을 포함한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원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개발 도상국 여성들은 자녀 교육을 부모의 삶이 경제적으로 나아지는 길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반면, 선진국 여성들은 자녀들이 미래에 가질 경제적 이득과 관련해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 개인의 성장 역시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자녀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만은 한결같다.
저자 달뤼시오 부부는 앞서 '헝그리 플래닛', '우리집을 공개합니다' 등 지구촌 삶의 풍경을 담아낸 책을 시리즈로 출간해 오고 있다. 2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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