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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2월22일] 백색함대


백색함대. 공상과학 소설의 제목 같지만 실존했던 함대의 이름이다. 1907년 말부터 1909년 초까지 배를 흰색으로 칠하고 세계를 일주한 미국 함대의 명칭이 백색함대다. 흰색이 주는 낭만과 달리 백색함대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1만1,520톤에서 1만6,000톤급까지 대형 전함 16척의 총톤수만 22만4,705톤. 보급함과 병원선ㆍ구축함까지 합쳐 모두 28척으로 구성돼 단일 함대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미국이 해군력의 70%를 동원한 목적은 무력시위. 고립주의 외교기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꾀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백색함대를 내보냈다. 기대대로 백색함대는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일본의 대미(對美) 개전론이 자취를 감췄다. 일본인 이민을 제한하고 백인과 일본인이 한학교에 다니는 공학까지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인종차별정책에 분개해 미국과 전쟁을 벌이자고 주장했던 강경파 일본 정치인과 군부가 요코하마 항구를 ‘친선 방문’한 거대한 전함 대열에서 미국의 힘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대서양으로 출항해 남미대륙 남단을 돌아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수에즈 운하, 지브롤터 해협 등 6만9만200㎞를 달려 1909년 2월22일 버지니아주 동남부 햄턴로드항으로 귀항한 백색함대의 흔적은 진주만에 남아 있다. 진주만이 군항으로 개발된 이유가 백색함대를 위한 석탄 보급기지 확보 차원이었으니까. 백색함대는 과학기술 발전에도 기여했다. 반경 120㎞ 이내의 함정 간 무선전화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백색함대의 세계일주 이후 미국은 더 이상 고립주의 국가로 남지 않았다. 태평양의 주도권도 영국과 일본의 동맹에서 미국으로 넘어왔다. 백색함대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향한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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