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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참여정부 4년차의 불청객

노무현 대통령의 중동ㆍ아프리카 순방 첫번째 방문국인 이집트의 카이로는 지금 때 이른 모래바람에 도시 전체가 희뿌연 연기 속에 갇힌 듯하다. 서해를 건너오는 봄의 불청객 황사와 흡사하다. 시내를 몇 분만 걸어도 모래가 씹힐 정도이어서 사막기후에 익숙치 않은 이방인에게는 적잖은 고통이다. 현지인들은 이 모래바람을 ‘캄신(Khamsin)’이라고 부른다. 아랍어로 ‘50’을 뜻하는 ‘캄신’은 4ㆍ5월 약 50일 동안 부는 바람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는데 올해는 일찍 찾아왔다고 한다. ‘캄신’은 이집트 북서쪽 사막을 거치면서 많은 모래 먼지를 동반해 황사현상을 일으킨다.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숨가쁜 순방외교의 시간을 쪼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 이집트 문화유적지를 시찰했다. 원래 방문 이틀째인 7일 오후 행사였으나 모래바람이 워낙 심한 탓에 하루를 연기했다. 노 대통령은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터키 국빈방문 때 에르도한 터키 총리와 가진 지중해 선상 크루즈 회동에서 “대통령 되고 나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구경을 했다”고 소감을 밝힌 데 비하면 다소 의외로 비쳐진다. 노 대통령의 침묵은 비단 숨을 막히게 하는 모래바람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골프파문이 확산되는 마당에 ‘구경 잘했다’는 식의 관람 소감을 밝히기에는 너무 한가한 소리가 될 수 있음을 의식한 탓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장고에 들어갔다. 순방외교와 무관한 국내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다. 출국 직전 노 대통령은 배웅 나온 이해찬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특유의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을 따르자니 분권형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터이고 그렇다고 해서 총리를 유임시키자니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에 부담을 주는 ‘진퇴양난’의 고민이 묻어 있었다. 앞으로 정국은 중동의 모래바람으로 희뿌연 카이로처럼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4년차를 맞아 불어닥친 이해찬발 ‘캄신’이 시간이 가면 걷힐지, 아니면 잔여임기 내내 옥죌 것인지 노 대통령의 해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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