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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활동하던 시대는 미술의 다양한 모험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시기였다. 가까이는 피카소와 마티스·샤갈이 있었고 멀리는 독일의 표현주의, 이탈리아의 미래주의 작가들이 저마다 새로운 미술 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모딜리아니 역시 전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려는 도전을 거듭했다. 모델이 누구인지 언제 그려졌는지도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인물화 '남자의 얼굴'은 모딜리아니의 도전을 보여주는 여러 흔적 중 하나다.
아비뇽 칼베미술관에 소장된 이 그림은 캔버스가 아닌 종이에 유화물감을 사용해 인물의 윤곽뿐 아니라 전체를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그렸다.
손가락으로 물감을 바르면서 형체를 완성한 결과물은 마치 형체를 손가락으로 찍어 만들어낸 듯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효과는 지난 19세기 말 신인상주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색채분할 기법(점묘 화법)과 흡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다양한 색채가 아닌 흑백으로만 시도됐다는 점에서 모딜리아니가 지속해 추구한 방법이라기보다 일시적으로 해본 실험적 회화로 보인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남자의 얼굴' 41.2×26㎝, 1915∼1916년께. 프랑스 아비뇽 칼베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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