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전 주지사는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국 대통령으로 출마하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의 시민과 대화하는 기구인 소위 리더십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내년 1월에 발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AC는 사실상의 선거 후원회 성격을 지닌 조직으로 평가된다. 부시 전 주지사는 PAC를 통해 선거자금을 조달하며 앞으로의 대선운동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부시 전 주지사가 대권에 나서면 10여명에 달하는 공화당 대선주자 후보 중 선두권을 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부시 전 주지사는 미국 내에서 인구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인기가 있어 주목 받고 있다. 그의 아내인 콜룸바 부시가 히스패닉계인 점이 관련 유권자 몰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는 게 현지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그가 활약했던 플로리다주도 상대적으로 히스패닉계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유력시되는 클린턴 전 장관이 내년 1~3월에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앞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했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다만 두 주자가 대권을 놓고 맞붙으려면 우선 각 당의 경선부터 통과해야 한다. 특히 부시 전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이민제도 개혁과 공교육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향후 경선출마시 경쟁주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공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지지율은 최근 14%(매클래치-마리스트 조사 결과)를 기록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지지율 19%)에 이은 2위다. 그에 비해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 내에서 압도적인 선두주자이다.
WP는 가족들을 줄줄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리는 두 가문을 '정치왕가(political dynasty)'라고 비유하면서 미국에서는 이 같은 대선구도가 여러 차례 이어졌음을 되짚었다. 각각 미국의 2대 및 6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존 애덤스, 존 퀸시 애덤스 부자가 미국 정치 왕가의 대표 사례로 꼽혔으며 루즈벨트 가문(시어도어 전 대통령, 프랭클린 전 대통령)도 대를 이은 대권가문으로 소개됐다. 케네디 가문에서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배출된 바 있다.
이 같은 '대권 프랜차이즈' 풍토는 출마를 노리는 당사자들에게 빛과 그늘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나 힐러리 전 장관 모두 가문의 유명세 덕에 유권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인지도가 높으면 그만큼 선거운동을 도울 조직과 자금을 모으는 데 유리하다. 반면 유력 정치 가문이 20~30년간 대선국면마다 이름을 올리면서 부시나 클린턴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실증이나 반감을 가지는 유권자층도 있다는 점은 악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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