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관광을 전면 중단하고 군사분계선 봉쇄에 나서기로 하는 등 남북관계 경색이 심화되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에 따른 소위 ‘코리아 리스크’가 재부각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악화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점에서 코리아 리스크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악재가 추가됐다는 사실이 좋을 것은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대북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골 손님으로 점검사항에 포함돼왔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 및 물가수준ㆍ경상수지 등 대외 부문 건전성에 비해 남북관계가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 편이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변화가 없었다. 일례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005년 7월 이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21단계 중 상위 여섯번째인 A로 평가하고 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 대해 상당한 학습이 축적돼 있다”며 “과거처럼 일회성 문제가 갑자기 터져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측 조치도 외국인 투자 감소와 대외신인도 하락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북관계가 맞물리는 것은 우리의 정치ㆍ경제적 부담을 한층 키우는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금강산관광 중단에 이어 개성까지 막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병설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대북 리스크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코리아 리스크라는 꼬리표가 국내 금융시장과 기업들에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대북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미국 차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북핵 문제에 대처할 때까지 당분간 남북관계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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