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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으로 본 정책 키워드

재벌 개혁, 경제민주화 핵심으로 꼽아 야권 시각과 비슷


순환출자 금지·출총제 부활 등 필요성 강조

재벌, 해체 아닌 단점·폐해 최소화 유도 지적

법인세 인상, 실효세율 높인후 구간조정 검토

복지 관련선 보편과 선별적 전략 조합 제시


"재벌 개혁이라는 말이 여러 정부를 거치며 구호에만 머물다 보니 허공에 외치는 함성 같은 느낌이 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내놓은 저서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안철수의 생각'에는 안 원장의 '집권 비전'이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사회 전반에 걸친 자기 철학이 담겨 있다. 특히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입장을 밝혔다. 불공정거래 개선 등 행위규제에 포커스를 맞춘 새누리당보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유사한 관점을 취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차별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안 교수는 지난 부산대 강연에서 제시했던 '복지ㆍ정의ㆍ평화'라는 키워드를 한층 구체화시킨 각종 정책을 275쪽에 달하는 책에 펼쳐놓았다.

◇재벌 '경제력 집중 문제' 바로잡아야=안 원장은 이번에 내놓은 저서의 두 번째 장 '어떤 현실주의자의 꿈'을 통해 사실상의 '집권 비전'을 모조리 담았다.

특히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 가장 많은 지면을 들였다.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운영 및 경영학 교수로 활동하던 기간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삼성동물원ㆍLG동물원' 등으로 빗대며 비판해왔던 전례에 비춰보면 '경제민주화'는 그의 주된 관심 분야다.

그는 "재벌이 자신들의 노력 말고도 국가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고 성장을 했는데 모든 것을 스스로 이룬 것처럼 행동하면서 이익을 독식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재벌 개혁을 맨 앞에 놓고 있는 야권과 같은 시각이다. 실제 그는 민주당이 재벌개혁을 위해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등에 대해 "대체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금산분리의 경우 "기업의 선의를 그냥 믿기 어렵고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게 놔두면 더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환출자 역시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총제는 "정권에 따라 없앴다 부활했다 하는데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것 말고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안 원장은 재벌 개혁 문제를 내ㆍ외부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하되, 그 실질적 개선 방향을 재벌의 확장과 이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적 접근 방법으론 ▦재벌의 부당 내부 거래, 편법상속 및 증여 엄단 ▦중소기업 기술 인력 빼가기 등 위법 행위 차단 ▦재벌의 독점ㆍ담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제도 강화 ▦정부의 중소ㆍ중견 기업 지원 정책 추진 등을 꼽았다.

재벌 스스로도(내부적 개선 방법)도 주주 중심주의에서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단 '재벌 해체'의 경우 "재벌그룹은 사실 현행 법규상 초법적인 존재"라며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재벌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하는 게 옳다"고 했다.

재벌들의 편법 상속 증여 및 경영권 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법에 있는 상속증여세 포괄주의를 적극 적용해 합당한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포괄주의란 법에 구체적 사례가 열거돼 있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상속ㆍ증여가 발생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너 가족의 후계 세습 문제에 대해선 "최소한 퍼블릭컴퍼니(공개된 회사로 상장사 개념)는 사유 재산이 아니라 공공 재산이므로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의 투명성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법인세 인상 논의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나라 법인세율 자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한데 실효 세율이 매우 낮다"며 "실효세율을 높이는 노력을 우선 기울이고 그 다음에 구간 조정을 검토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 복지ㆍ정의ㆍ평화, 구체화된 '집권 비전'=가장 최근 부산대 강연에서 제시한 '복지ㆍ정의ㆍ평화' 세 키워드를 한층 구체화한 정책을 담았다.

'복지'와 관련해 그는 "시대 상황과 현실 여건에 맞춰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ㆍ극빈층 등 취약계층의 복지를 우선적으로 강화하되 보육ㆍ교육ㆍ건강ㆍ주거 등 민생 영역에서는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복지를 늘리면 재정이 불안정해진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이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형편에서 좀 늘리자는 얘기를 두고 '재정 위기'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복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그는 조세부담률 인상과 세금 탈루자에 대한 징벌적 벌금제 도입 등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별다른 언급을 해오지 않았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이번 책을 통해 상세히 밝혔다. 안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중단됐던 남북대화와 경제협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와 북한 내부의 문제 등을 포함해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정교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나가야겠다"며 "제 생각이 기대와 다르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전 (정치 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책에 언급된 자기 생각에 대한 대중 평가가 곧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회 전체 현안을 망라한 책의 출간을 '사실상의 대선 출마'로 해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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