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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새누리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한 것은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타가 될 현안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인 계산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세월호 사태로 국정운영의 동력이 상실되고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국가운영이 표류한 만큼 앞으로는 내년도 예산안,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옹골차게 추진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여야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방점은 경제활성화에 찍혀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서 경제 관련 이슈에 집중했다.
박 대통령은 법정 기한(12월2일) 내에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간곡하게 부탁했는데 이는 확장적인 기조에서 편성된 예산안을 바탕으로 경기회복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재정·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편성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조기에 예산안을 수립해 이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연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고 또 미룬다면 공무원연금으로 인한 부채가 앞으로 484조원이나 발생하고 국민 1인당 945만원에 해당하는 빚을 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자연히 국가재정과 미래세대에게도 엄청난 타격을 주는 만큼 연금 개혁을 국회 차원에서 서둘러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기와 내용을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공무원사회도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국회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법안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예산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해법을 제시한 것은 휘발성이 큰 어젠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앞으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국정운영 수행에도 한층 속도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FTA에 대해서는 국회를 압박했다. 한·호주 FTA와 한·캐나다 FTA가 각각 4월, 9월에 타결됐지만 여전히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난주에는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도 정식 서명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우리가 호주와 FTA는 먼저 체결했지만 국회 비준이 늦어질 경우 우리보다 늦게 호주와 FTA를 맺은 일본이나 중국이 먼저 비준을 해 경제적 실리를 다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예산안, 공무원연금 개혁, FTA 등 경제 어젠다에 집중한 것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향을 경제 살리기와 민생경제 회복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서 이완구 원내대표는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 하고 예산안은 법정 기일을 꼭 지키겠다"며 "안 되면 정부안 또는 수정 동의안으로 가겠다. 국회선진화법의 첫 케이스니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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