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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그려보자. 다섯 개의 가지를 뻗은 불가사리 모양일 수도, 노란색의 동그라미일 수도, 멀리 있어 작게 빛나는 하나의 점일 수도 있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노상균은 별을, 찬란하게 반짝이는 빛의 무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름 6㎜의 시퀸, 일명 '반짝이'라 불리는 옷 장식용 고급 소재를 촘촘하게 붙여 동심원을 만들었다. 한 줄기 빛이 주변과 서로를 두루 비추듯 작은 빛은 몽글몽글 그 영역을 넓혀 거대한 유기체 형태를 띠게 됐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동심원의 꼭짓점은 올록볼록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작품을 응시하노라면 금세 밤하늘의 환상적인 고요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눈에 보이지만 정확하게 그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별을 통해 작가는 "보이고 인식되고 믿는 것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얘기한다. 작가의 별자리 시리즈 중 이 작품은 은하수 가운데 위치한 '궁수자리'를 형상화했다. 서울 통의동 자하문로 갤러리시몬의 '시몬의 친구들' 전에서 5월9일까지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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