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시즌 시작할 때보다 훨씬 좋습니다. 내 안의 확신도 더 강해졌고 체중감량, 체력단련과 함께 치료도 받으면서 몸 컨디션이 최고 상태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데뷔 10년차를 맞은 최경주(39ㆍ나이키골프ㆍ신한은행)는 새 시즌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더 희망에 차 있었다. 목소리에는 늘 그랬듯 힘이 넘쳐 흘렀고 부담이나 긴장감 대신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기대가 실려 있었다. 지난 31일(한국시간) 전화로 만난 최경주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인터내셔널교회에서 3시간이 넘게 진행됐던 부흥집회에 참석하고 나온 직후였고 곧 짐을 싸 PGA투어 2009시즌 개막전 메르세데스챔피언십이 열리는 하와이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최경주는 "새로운 것을 앞두고 기도를 많이 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했다. 새 시즌 우승을 욕심 낸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낮췄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목표와 욕심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면서 "해냈다고 교만하지 말고 안 된다고 서운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했다. 그가 늘 강조해온 빈 잔론, 즉 한번 채운 것은 비워서 다시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작'과 맥이 통하는 말이었다.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각오의 또 다른 말이기도 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최경주재단의 이사이신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으로부터 약물과 침 치료를 받으면서 그 동안 약해졌던 인대나 디스크 등을 충분히 강화시켰고 약 4kg 감량해 87kg 정도로 체중을 유지하며 체력관리를 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는 우승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2008년 시즌과 거의 달라질 것 없다"며 "메르세데스챔피언십과 디펜딩챔피언으로 나서는 소니오픈을 마친 뒤 3주 정도 쉬는 등 오히려 좀 여유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PGA투어 대회는 22개 정도, 인터내셔널 대회를 포함하면 총 27개 대회에 나설 것이며 한국대회로는 SK텔레콤오픈과 신한동해오픈에만 나갈 뿐 지난해 출전했던 유럽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에는 가지 않는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밝혔을 뿐이다. 그러나 '찰떡 궁합' 캐디 앤디 프로저의 말을 빌어 메이저 우승에 대한 목표를 되새겼다. "앤디가 2008년 말쯤 자신의 몸이 좋지 않으니 캐디를 한 명 더 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자신에게는 인생의 2가지 목표가 있는데 하나는 딸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KJ(최경주)를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시키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 최경주는 "앤디는 3년 안에는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서 매년 메이저 4개를 포함해 15대회씩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며 "그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 감동은 앤디와 함께 메이저 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를 더 강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한편 최경주는 내년 시즌 전반적인 경제 위기에 힘겨울 것이라는 전망을 의식한 듯 "태양이 비추는 곳에는 항상 어두운 구석이 있지만 늘 빛만 바라보고 살지 않느냐"면서 "금융 위기니, 경제 위기니 하며 어둠이 강조되고는 있으나 분명히 그 이면에는 태양의 밝은 빛이 있을 것"이라고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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