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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 연휴지만 달갑지 않은 손님도 있다. 명절뒤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전쟁같은 귀성·귀향과정을 거치고, 음식장만에 각종 설거지 등 평소보다 배가 되는 가사노동 등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이면 연휴기간은 물론 연휴 이후에도 몸이 여기 저기 쑤시는 등 '뒷끝'이 남는다. 피곤이 누적되다 보니 자주 짜증도 내고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가족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비에비스 나무병원에서 20~60대 성인남녀 4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 때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다'는 사람이 62%로 나타났다. 10명중 6명이 명절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명절증후군의 증상은 소화불량,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소화기 증상서부터 근육통 및 관절통, 우울, 짜증, 두통 등 정말 다양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참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참다 보면 더 큰 병을 만들 수도 있다.
이번 설 연휴때는 귀성길부터 명절증후군을 피하는 방법을 기억해 뒀다가 조금씩 실천하는 것이 명절을 더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운전이다. 설 연휴 한꺼번에 몰리는 이동 인파로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평소보다 2배 이상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전신의 근육이 긴장해 목, 어깨, 허리 등에 부담을 주게 된다. 목과 어깨주위의 근육은 부드럽고 탄력성이 뛰어난 근육으로 형성돼 있는데 이러한 근육이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로 긴장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만성적인 수축 현상을 일으킨다. 동시에 조금씩 굳어지면서 혈액순환이 떨어지고 노폐물이 쌓여 피로감과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시간 운전할 때는 바른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 운전석은 본인의 체형에 맞게 잘 조절해 엉덩이와 등을 등받이에 바짝 붙여 앉고 페달은 밟았을 때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좋은 자세라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긴장된 자세로 있으면 피로감이 커지는 만큼 20분에 한 번씩 허리를 가볍게 움직이거나 스트레칭을 해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운전도중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고 1~2시간 단위나 휴게소마다 들러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자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자동차를 세우기 어렵다면 운전석에서 양쪽 어깨를 귀까지 끌어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거나 운전대를 꽉 쥐었다가 팔의 힘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명절증후군은 남성보다 주부들이 더 심하게 느낀다. 명절 음식장만을 위해 장시간 앉아서 재료를 다듬거나 전을 부치고 상을 치워야 하기 때문에 주부들에게 무릎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관절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한 시간에 10분 정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앉은 자세로 오른쪽 다리는 펴고 왼쪽 다리는 구부려 오른쪽 무릎쪽에 위치하게 한다. 이때 오른쪽 팔꿈치를 왼쪽 무릎 바깥쪽에 대고 밀어주면 되는데, 이 자세를 약 4초간 유지하고 반대쪽 무릎도 같은 방법으로 5~10회 정도 반복하면 된다.
이미 근육통이 생겼다면 하루와 이틀째는 냉찜질로 부기와 염증을 가라앉힌 뒤 사흘째부터 온찜질로 바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면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수건이나 샤워기를 이용해 따뜻한 물로 마사지를 하거나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방법도 괜찮다. 반면 무리한 사우나는 오히려 피로가 가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손경모 웰튼병원 스포츠관절센터 소장은 "명절 관절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와 스트레칭 등을 시행하고 충분한 수면과 온찜질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며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단순 근육통이 아닌 관절손상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방문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명절증후군 외에도 설날 스트레스와 기름기 많은 음식 섭취 등으로 인한 소화불량과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소화기계 질환도 많이 겪게 된다.
설날 소화기계통 관련 질환이 많은 것은 위, 장 등 소화기관이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하고, 갈비찜, 각종 전, 잡채 등 대부분 기름진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은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의 소화 능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며 "조리시부터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나물 등은 볶는 대신 무치고 튀김의 경우 최대한 튀김옷을 얇게 입혀 기름의 흡수를 줄이도록 하면 좋다는 것이다.
겨울철이라고 식중독을 가볍게 봤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명절 음식의 경우 한꺼번에 대량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두고두고 먹는 경우가 많아 상할 우려가 많다. 또 손으로 빚어 만드는 음식은 각종 병균에 오염될 수 있어 같은 음식을 먹은 가족 중 2명 이상이 구토와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면 일단 식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식중독이 의심되면 급히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배탈 등으로 탈수 증상이 오면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소금이나 설탕을 조금 타서 마시면 몸속의 전해질 균형이 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연휴 기간중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전국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응급의료정보센터(http://www.1339.or.kr)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별로 가까운 병원과 약국을 확인하면 된다. 연중무휴약국과 심야공공약국, 휴일지킴이약국 검색은 휴일지킴이약국(http://www.pharm114.or.kr)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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