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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1일] 금호아시아나, 시간 많지 않다

31일 저녁 계열사 합동 기업설명회(IR)를 앞둔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지난 수년 동안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기세등등하던 표정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한 주력 계열사 간부는 “고향의 부모로부터 회사 괜찮냐는 전화가 왔다”며 당혹감을 표시했고 평소 자신감 넘치던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마저도 침착함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만큼 금호인들에게 지금의 시련은 매우 낯선 상황이다. 금호인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시장에서 쏟아지는 불신감일 것이다. 사실 금호는 유동성 문제가 터져나오기 전부터 온갖 억측에 시달려왔다. ‘호남기업의 상징’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권이 바뀌면 금호부터 손을 볼 것”이라는 풍문이 등장했고 급기야 이는 세무조사설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이런 마당에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얘기가 나왔으니 시장이 화들짝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금호인들로서는 시장의 ‘과민 반응’에 속이 많이 상하겠지만.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항상 그래 왔듯이 시장은 냉정하다. 때로 시장이 너무 야속하겠지만 마지막 결과를 보면 시장의 판단은 옳았다. 그런 면에서 금호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그룹의 현주소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가 이날 자신들의 솔직한 상황과 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놓은 것은 위기설에 대한 정면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썩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소문에 그칠 수 있는 것을 괜스레 공식화한 것이 적절한 판단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지만 IR를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삼을 수만 있다면 전화위복의 마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날 발표가 금호에 대단한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대우의 붕괴 과정을 목도했다. 대우는 수개월 단위로 자구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끝내 시장은 그들을 외면했다. 대우의 사례는 금호에도 마냥 다른 얘기가 아니다. 금호가 4조5,000억원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천 속도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할 경우 지금보다 몇 배나 가혹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금호에 직면한 진정한 과제는 바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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