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초월 채용은 서류전형보단 면접이나 실무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거나 아예 학벌·학점·영어 성적을 배제하는 입사전형을 뜻한다. 올 상반기 일부 공기업이 시범 도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채용 인원이 줄어든데다 채용방식까지 변하면서 공기업이란 양질의 일자리 1천200개를 놓고 취업준비생들의 '바늘구멍'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학력·학점·영어 필요없는 '스펙초월' 확산 전망
하반기 스펙초월 채용을 발 빠르게 추진하는 공기업은 마사회와 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수출입은행 등이 꼽힌다. 이는 정부가 최근 스펙초월 채용 방식을 도입하라고 전 공공기관에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가장 앞선 곳은 수출입은행이다. 벌써 하반기 40여명의 채용인원 중 5~10명을 스펙초월 전형으로 뽑는다는 공고도 냈다. 대외경제협력기금과 남북협력기금 부문 지원자를 서류전형 없이 에세이(논술) 문제만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수은 관계자는 "새 정부 중점과제인 '능력 중심 사회 구현'에 적극 부응하고자 새 채용방식을 도입했다"며 "합격자들의 업무성과가 성공적일 경우 앞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펙초월 채용 방식은 올해 남동발전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먼저 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 공기업은 서류전형을 없애고 구체적인 과제 수행 능력을 평가했다.
남동발전은 이름 석 자와 연락처 정도만 공개한 지원자들에게 한 달간 온라인으로 '나의 비전'과 같은 주제의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동영상·그래픽을 만드는 과제 등을 줬다. 이를 통해 1천명 가량의 지원자 중 35명을 뽑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지원자에게 '700명이 탄 배에 사고가 생겼는데 구명보트는 200명분밖에 없다면 어떤 순서로 사람을 구할 것인가'와 같은 논리·창의성을 다면 평가하는 질문을 지원자들에게 던졌다.
◇ 서류 적게 보고 면접·실무능력 평가에 중점
아직 스펙초월 채용 방식을 도입하지 않은 공기업들도 서류전형 비중을 축소하고 면접과 실무능력평가 전형에 중점을 두는 등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이다.
이미 대부분 공기업은 신입사원 채용에 학력·나이 제한을 철폐했다. 하반기 공채에선 여기에 더해 서류전형 기준을 완화하거나 면접 비중을 높여 '스펙'보다 '실력' 평가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하반기 150명 수준을 채용할 예정인 한국가스공사는 토익·토플 등 어학성적 기준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학 점수가 서류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서류전형이 폐지되는 효과가 있다.
약 70명을 뽑는 광물자원공사는 면접 전형의 가중치를 높이기로 했다. 학점이나 영어성적 등 '숫자'에 중점을 두기보단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면접전형에서 실질적인 합격자를 가리겠다는 의도다.
수자원공사도 직무적성검사와 직무역량검사 등 직무능력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하반기에 200명가량을 신규 채용한다.
일각에선 스펙초월 채용이 지원자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입사 과정에서 업무 관련 전공지식이나 직무능력 등을 물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취업을 위해) 거의 써먹지도 않는 영어공부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단 좋은 제도(sung****)"란 찬성론도 있지만 "주관적 평가가 더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인맥으로 뽑힐 가능성이 더 커졌다(yous****)"는 의견도 만만찮다.
공기업을 노리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악재일 수 있다. 한 누리군(suto****)은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취업준비생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난감함에 빠진다.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펙초월 채용을 도입했거나 향후 활용을 검토하는 공기업에선 대체로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성적, 학점과 같은 숫자보단 지원자의 열정·잠재성·창의력을 파악하는 데 더 용이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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