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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반포동 서초YMCA. 어디선가 들려오는 짜릿한 타구음에 시민들의 발길이 지하 라켓볼 코트로 몰렸다. 다른 운동을 하러 이곳을 찾았다가 잠깐 구경하러 라켓볼장을 들른 주민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기에 빠져들었다.
지난 23일 시작된 제9회 서울경제배 코리아오픈 라켓볼챔피언십이 24일 남녀 복식과 단식 결승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대회는 서울경제신문과 대한라켓볼협회(KRF)가 공동 주최하며 롯데백화점ㆍ한국가스공사ㆍ한국광물자원공사ㆍ한국가스안전공사ㆍ㈜신기사가 후원하고 엑텔론(EKTELON)이 협찬했다. KRF가 주최하는 올 시즌 마지막 대회로, 200여명이 출전한 가운데 남녀 단ㆍ복식으로 나눠 3세트2선승제(1ㆍ2세트 15점, 3세트 11점)로 우승자를 가렸다. 남자부 단식에서는 김민규(안양시청소년수련원)가 권대용(기어박스)을 2대0(15대14 15대11)으로 꺾고 우승했다. 여자부 단식에선 석진영(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이 안정은(하나로스포츠)을 역시 2대0(15대13 15대7)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권대용에게 우승을 내준 김민규는 1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남녀부 3위는 각각 김문균(안양시청소년수련원)과 안미옥(고양체육관)이 차지했다. 복식 우승은 김민규ㆍ권대용 조, 석진영ㆍ안정은 조에게 돌아갔다. 우승 상금은 남녀 단식 각각 100만원, 준우승자와 3위 입상자는 각각 50만ㆍ30만원을 받았다.
직육면 공간에서 라켓과 탄력이 강한 고무공으로 벌이는 라켓볼은 스쿼시와 '자매 종목'이다. 5개 면을 사용하는 스쿼시와 달리 천장까지 6개 면을 전부 사용한다. 북미에서 인기 스포츠로 통하는 라켓볼은 국내의 경우 동호인이 3만여명에 이르지만 엘리트 선수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실업ㆍ프로팀도 없다. 그래도 실력은 세계 수준. 대회 출전 경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국 라켓볼은 소리 없이 세계 무대에서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낸 남자부 권대용, 김민규와 여자부 석진영, 안정은은 수준 높은 경기로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다. 이들은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입을 모았다. 라켓볼 세계선수권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며 내년 대회는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벌어진다. 한국 라켓볼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0서울세계선수권 여자부 종합 4위(단ㆍ복식 성적 총합)다. 단ㆍ복식에서 개인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아직 없지만 토론토에선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KRF는 이날 국내 라켓볼 '1세대' 장문영씨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여자 '지존' 석진영은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내년 세계선수권 단ㆍ복식에서 전부 메달을 따내겠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우승자 김민규도 "앞으로 10년은 더 지금처럼 활약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권대용의 경우 미국의 유명 라켓볼 용품업체인 기어박스의 후원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스포츠 에어로빅 선수로 활동하다 주변의 권유로 지난 2000년 라켓볼에 입문한 권대용은 "김연아 선수로 인해 피겨 스케이팅에 관심이 커졌듯 라켓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세계 수준과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오래지 않아 한국 라켓볼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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