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노 모(42)씨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술을 마신다. 업무 영향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보니 20대이후 술 마시는 횟수가 줄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담배도 하루에 1~2갑은 피워댄다. 몇 년 째 '끊어야지' 하면서도 운전을 하거나 술 마시는 시간에는 담배가 손에서 떠날 날이 없다. 그러던 노씨는 최근 엉덩이 부근 통증과 함께 걸음걸이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몸이 피곤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첫 통증이 있은 후 일주일 정도 뒤 다시 찾아온 통증에 겁이 나 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결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라 노씨는 물리치료와 진통소염제 처방으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었다. 노씨는 "많이 걷지 말고 심한 운동을 피해야 하며 재발의 염려가 있으므로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의사의 조언을 들었다. 갑작스럽게 엉덩이 통증이나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잠깐 그러다 말겠지'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혹은 디스크로 오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검사결과 디스크가 아니라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대퇴골두에 충분한 영양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발생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노씨처럼 조기발견시 수술이 필요 없었지만 병의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관절이 완전히 손상되면 결국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진행 속도 빨라 조기치료 중요 고관절(엉덩이관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리 저림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걷는 데 문제가 생긴다. 자연히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게 되고 무슨 큰 병이 아닐까 의심하기 마련이다. 이때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 디스크다. 고관절 부위의 통증과 다리 저림 등이 디스크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디스크 검사에서는 병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기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방치하게 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고관절을 만들고 있는 뼈의 제일 상단부인 대퇴골두(골반뼈와 맞닿고 있는 넓적다리 뼈 위쪽 끝 부분)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충분한 영양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썩는 병이다. 흔히들 '뼈가 썩는 병'으로 알고 있어 병에 걸리면 주위 뼈까지 썩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져 있는 사실. 뼈가 국소적으로 죽어 있을 뿐 부패되는 것은 아니며 주위로 퍼져 나가지도 않는다. 현대유비스병원 관절센터 김성대 과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30~50대의 비교적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여자보다 남자가 2배 정도 많다"며 "정확히 규명된 원인은 없지만 과음, 스테로이드 남용, 통풍이나 당뇨병의 후유증, 유전적 기질 등이 위험 인자로 작용하는 걸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퇴 경부 골절이나 고관절 탈구가 있을 때도 합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인자와 상관없이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병이 악화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큰 수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 심할 경우 의심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에 혈액 공급이 차단돼 괴사가 일어나도 처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괴사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괴사로 인한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통증이 있고 심한 경우 허리와 무릎까지 아프다. 이로 인해 절뚝 걸음을 걷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허리 디스크가 나타났을 때의 증상과도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허리 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이러한 증상 외에 허벅지 안쪽에서 통증이 있고 양반다리로 앉으면 사타구니 부위의 통증이 심하다. 또 많이 걸으면 고관절이 쑤시고 뻐근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고관절 통증으로 걷지도 서지도 못하게 된다. 대퇴골이 괴사돼 관절이 주저앉으면 다리가 짧아지기도 한다.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통증이 나타나며 초기에는 통증이 나타났다가도 휴식을 취해주면 통증이 사라지고 1~2 주 뒤 다시 통증이 나타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단순한 타박상이라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과음, 흡연 및 스테로이드 약물 남용 피해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크게 4기로 나눠 진단한다. 김성대 과장은 "1, 2기에는 간단한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3, 4기가 되면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발명 초기 괴사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뼈에 구멍을 내 혈액순환을 돕는 천공술, 뼈 이식 수술 및 미세혈관 부착수술 등으로 썩은 대퇴골두를 회생시킨다. 하지만 괴사가 심하게 진행됐을 때는 대퇴골두 표면치환술이나 고관절전치환술을 시행한다. 대퇴골두 표면치환술은 손상이 관절 표면으로 국한돼 있거나 대퇴골두의 골파괴가 심하지 않은 경우 가능하다. 파괴된 관절연골을 일부 특수금속으로 된 기구를 관절면에 씌워 정상적인 관절기능을 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대퇴골두 부분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뼈를 보존하면서 수술 후 고관절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킨다. 고관절전치환술은 괴사된 뼈 대신 인공관절을 대체해 관절 기능을 되살리는 수술법이다. 이 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외부충격으로 인한 외상으로 발병될 확률도 높기 때문에 평소 외상을 주의해야 한다. 김성대 과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예방하려면 위험인자로 알려진 부신 피질 호르몬,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남용을 피하고 과다한 음주나 흡연도 삼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