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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4월14일] 닷컴 버블 붕괴


2000년 4월14일 뉴욕. 시장이 퍼렇게 얼어붙었다. 폭락 탓이다.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8%와 9.4%씩 주저앉았다. 특히 사상 최대의 하락을 기록한 나스닥의 충격이 더욱 컸다. 닷새 동안의 낙폭은 25.5%. 빌 게이츠는 111억달러를 날렸다. ‘피의 금요일’로 불렸던 이날의 폭락은 인터넷 버블, 닷컴 버블의 소멸을 알리는 조종(弔鐘)이었다. 폭락의 여파는 지구촌 전역으로 번졌다. 한국에서는 거래소시장을 넘어설 기세였던 코스닥시장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뚜렷한 실적이 없는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할 때 ‘비이성적 과열’을 걱정하면서도 그 과실 덕분에 반짝 흑자를 누렸던 미국의 재정은 다시금 적자구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999년 4ㆍ4분기 중 8%대를 넘나들던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1년 3ㆍ4분기 -1.3%로 곤두박질쳤다. 위기감 속에 각국 정부가 내놓은 기본대책은 저금리. 투자 활성화를 노렸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타났다. 인터넷 버블에 대처하기 위해 채택한 저금리가 또 다른 버블을 가져온 셈이다. 벤처와 정보통신 기술을 외환위기 극복의 동력원으로 삼으려던 한국에서 닷컴 버블 붕괴의 후유증은 최악의 결과를 빚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부동산 가격이 이상 급등하기 시작하고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신용카드 남발로 가계가 빚더미에 올랐다. 2002년 7%라는 고성장을 기록한 후 지금까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에 빠져 있는 이유도 당시 부양책의 부작용이다. ‘피의 금요일’은 극복됐을까. 글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닷컴 붕괴 이후의 부동산 버블 안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두려울 정도다. 더욱 심해진 부동산 버블 속에서도 정부는 부양책을 강행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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