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 3ㆍ4분기에 기업 재고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 등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을 깨고 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7일 미 상무부는 올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8%(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 평균치인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2013년 3ㆍ4분기 이후 1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ㆍ4분기 성장률은 2.5%였다.
올 3ㆍ4분기 경기 회복은 기업 재고와 주택, 수출이 주도했다. 기업 재고는 860억달러(연 환산)어치나 급증해 성장률을 0.83%포인트 끌어올렸다.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준 것도 0.3%포인트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택 부문 투자도 14.6%나 증가했다.
하지만 3ㆍ4분기 지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미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미 경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전분기(1.8% 증가)보다 낮아진 1.5% 증가에 그치며 2011년 2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기업 설비투자도 3.7% 줄면서 1년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연방정부 지출도 1.7% 하락해 4분기 연속 줄었다. 로이터는 "기업 재고를 제외하면 성장률은 2.0%에 그친다"며 "미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올 4ㆍ4분기에는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월 1~16일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문 업무정지) 사태 여파가 지표에 반영되는 데다 올 연말에 예산안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미 의회는 내년 1월15일까지 정부 셧다운을 종료하고 2월7일까지 일시적으로 미 정부 부채한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미봉책에 합의한 바 있다.
실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71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ㆍ4분기 미 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로 그쳤다. 이 때문에 올 3ㆍ4분기 성장률 호조에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올 연말 양적완화 축소를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빨라야 내년 3월, 늦으면 6월에나 출구전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파로 분류되는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전날 "미 경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을 확인해야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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