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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폰지 게임

건설부동산부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개(犬)도 자기 집에서 잘 짖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주택은 주거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 사람에게 있어 주택은 애증의 대상이다. 평생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해 겪는 서러움을 피하고 싶은 것이 일반적 정서이며 부동산 투기로 벼락부자가 됐다는 주변의 소식을 접하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없이 커진다. 때문에 조만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바보가 아닌 한 빚을 내서라도 주택 구매에 나서게 된다. 투기심리가 시장 전체를 지배하게 되면 집값은 폰지게임(ponzi game)과 같은 자기 증식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구입가격보다 높게 팔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거품이 잔뜩 낀 가격에도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 이 같은 폰지게임은 더 높은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 한 지속된다. 그러나 주택이 더이상 높은 가격에 팔리지 않게 되면 최후에 구입한 사람은 순식간에 폭탄을 맞게 된다. 지금 부동산시장에서는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다만 더 올라갈 것이냐, 아니면 내려갈 것이냐에 대한 전망만 엇갈린 상태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4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과 모기지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 세계적 긴축정책에 따른 금리인상 압력 등이 자리잡고 있다. 수급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택시장이 공급우위 구조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많다. 제3자인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택시장은 오는 2006년이 되면 완공 물량이 90만가구에 달해 지난 90년대 초와 같은 집값 급락 및 소비침체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기 시작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주택경기는 불황국면에 진입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주택 자산에는 과다한 차입금이 뇌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잘못 건드리면 경제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 딜레마인 셈이다. 현재 청와대와 여당은 집값을 2002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금 가격에서 대략 30%정도는 떨어져야 한다는 것. 그러나 규제의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면 대출을 안고 주택을 구입한 중산층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며 이는 중산층 붕괴에 가속도를 붙일 공산이 크다.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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