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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정원 개혁과 장외정치


지난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해 장외로 나갔던 야당이 20개월 만에 다시 거리 정치를 선언했다.

명분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다. 한국 정치에서 '장외'는 특별한 정치사적 의미를 지닌다. 민주 대 반민주, 민주 대 독재의 프레임 속에서 야당으로서 기댈 데가 없는 상황, 더 이상 원내에 머물러서는 투쟁의 추동력을 가동할 수 없을 때 택하는 정치적 수단의 하나다. 그러나 최소한 집권세력이 '절차적' 차원에서 정통성을 확보한 정치 상황이 야당으로 하여금 장외에 부담을 느끼게 한다. 어김없이 민생을 팽개치고 거리로 나갔다는 비판이 따른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댓글 공작을 통한 대선 개입 의혹이 민주주의 회복을 어젠다로 들고 나올 만큼 심각한 것이냐에 대한 여야의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국정원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진보 성향의 정권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연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고 있느냐에 대한 현실 진단 등에서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래서 1987년 때와 같은 야당의 장외정치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견인했던 때와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민주와 독재가 대립할 때만 '광장의 정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NLL공방 이어 국정조사 파행

지난 18대 대선 때 여당 의원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이슈화하고 올 6월 재점화된 NLL 공방은 가히 여야 강경파의 '적대적 공존'의 백미(白眉)다.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새누리당의 친박 강경파와 당내 정치적 입지의 재기를 노리는 민주당 내 친노 그룹의 이해의 일치에서 파생된 NLL 공방은 기본적으로 정쟁적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겠다는 꼼수가 아니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대화록 전문을 공개해서 NLL 공방을 정국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남재준 국정원장의 행동을 설명할 길이 없다. 대선 때 여권의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도 해명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새누리당에서 찾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국정원 국정조사에 천착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곳으로 화력을 집중함으로써 무력한 야당을 자초한 민주당도 국정원 국정조사가 형해화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쯤 해서 양비론(兩非論)은 접어야 한다. 지난 대선 때의 일이지만 국정원의 댓글 공작 등 대선 개입 의혹이 여권과 연계된 일이라면 응당 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상 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나서야 할 일이다. 또한 국정 운영을 최종 책임지라고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세력은 야당이 아닌 여당이기 때문이다. 장외정치를 택한 야당을 대선 불복으로 몰아가는 여당은 집권당다운 체통을 잃었다.

국정원 개혁이 본질

'민생'과 '대선 불복'의 프레임으로 야당을 국조를 파탄 내려는 세력으로 모는 것에서 명분을 찾을 수 없다. 민주당이 이미 시민단체의 '촛불'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대선 불복으로 해석될 수 있는 움직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제도권 정치에서 한계를 느낄 때 원내 협상과 병행된 보다 직접적인 '거리의 정치'는 그 자체로 의사표현의 수단이라는 인식도 절실하다. 장외는 그 자체로 불법이 아니다. 집시법에 따르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시현시키는 수단이다.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민주당의 장외가 민생을 팽개쳤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러려면 NLL 회의록 공개를 애당초 주장하지 말았어야 했다. 민생과 연계시켜 장외에 모든 혐의를 씌우면 안 된다. 장외는 곁가지이고 국정원 개혁과 의혹 규명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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