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수입물량 급증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5일까지만 해도 1㎏에 7,500원선에서 거래됐던 칠레산 목살은 12일 현재 8,500원으로 일주일 사이 13% 뛰었다. 독일산 냉동 삼겹살의 경우 도매가격이 지난달 평균 5,500원선에서 12일 현재 6,000원으로 10%가량 올랐다. 반면 1월 국내에 들어온 수입산 돼지고기는 모두 2만1,073톤으로 지난해 12월의 1만5,573톤보다 35.3%나 늘었다. 특히 칠레산 수입은 지난해 12월 1,020톤에서 올해 1월 1,667톤으로 무려 63.4%나 급증했다. 의혹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러나 가격상승의 이면에는 특수한 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3월 개학을 맞은 단체급식 물량 증가에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돼지고기 대체수요가 늘어 가격이 뛰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인데 일리가 있다. 미국에서도 전염병 때문에 돼지고기 값이 40%나 올랐다.
돼지고기 값 상승과 괴담의 진짜 문제는 정부의 설명과 대책이 하나같이 미흡하다는 점에 있다. 당장 매점매석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아쉽다. 근본대책에는 더욱 한계가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돼지 값이 폭락하지 국내 사육돼지가 너무 많아 그런 것이라며 어미돼지를 10% 감축하겠다고 했던 게 정부 아니었나. 그 바람에 지금 돼지고기 품귀현상이 나타났다고 해도 정부는 할 말이 없다. 안 그래도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국내 양돈가의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장기 수급예측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근시안 땜질처방으로 홍수와 가뭄을 되풀이하는 정책을 언제까지 이어갈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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