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식의 코리아그랜드세일 행사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지난 2011년 시작됐다.
주관기관은 재단법인 한국방문위원회다. 정부의 지원은 받지만 산하기관은 아니다. 위원장으로는 초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이 행사는 겨울 관광 비수기인 1~2월 열렸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이니 관광 업체나 업소에서 이를 활용하는 프로모션을 할 뿐이었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새롭게 부각된 것은 메르스 때문이다. 6월15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업계 지원 대책으로 등장했다. 1~2월 끝난 행사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7~8월에 또 하겠다는 것이었다. 업계와의 협의 등 준비기간이 필요해 8월21일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하기로 했다. 판촉 대상이 바뀐 것은 기획재정부 등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 행사를 이용하면서다.
광복절 앞날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행사 시작이 급히 8월14일로 앞당겨졌다. '이왕이면 내국인도 끌어들이자'고 생각했나 보다. 기재부는 8월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미 진행 중인 코리아그랜드세일 할인 대상에 내국인도 포함되도록 행사를 확대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그리고 이것저것에 '그랜드세일'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다. 전국의 전통시장이 참여하는 '전통시장 그랜드세일', 슈퍼마켓의 '나들가게 그랜드세일' 등이다. 그랜드 세일, 즉 최대 50% 할인으로 내수경기를 살린다는 것이다. 덧붙여 문체부는 4일 서울 잠실에서 아이돌이 대거 등장하는 '그랜드 K팝 페스티벌'을 연다.
유통가는 혼란스러워졌다. '왜 나(한국인)는 할인 안 해주나'라는 일부의 이의 제기 때문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외국인에게만 할인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앞으로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어떻게 진행될지 누구도 확신을 못한다.
기존의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작됐다. 할인을 통한 쇼핑과 각종 이벤트 등 문화관광 행사가 진행됐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내국인 할인 등 행사 범위 확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대형 마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상시 할인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구조가 미국이나 홍콩과 다른 상황에서 무작정 블랙프라이데이나 메가세일 같은 이들 나라의 방식을 복사한다고 내수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코리아그랜드세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그랜드세일'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처음 시작한 곳은 한국관광공사다. 1999년 4월이다. '그랜드'는 당시 관광공사가 좋아한 이름이었다고 한다. 관광공사의 자회사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 그랜드코리아레저(GKL·2004년 설립)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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