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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환경 변화와 은행경쟁력

지난 7월 말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8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4%나 증가했다. 이는 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로 이러한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2004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은행은 사상 최고의 영업실적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돼 2006년 상반기 총자산이익률은 1.4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4%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밖에 자기자본비율이나 부실채권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처럼 양호한 외형상 실적에 걸맞게 은행의 경쟁력도 향상됐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실적 호조가 경쟁력 강화나 수익창출 능력 제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손충당금 감소 등 영업외 요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쟁력이 낮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과 경영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 수 있다. 먼저 사업구조 측면에서는 여전히 전통적 상업은행 업무인 예대업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내 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주된 고객이던 대기업의 대출수요가 감소했는데, 이에 대응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금융환경이 다른 미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대형 은행들이 80년대 증권화 흐름과 함께 자산유동화 업무나 투자은행 관련업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금융상품 교차판매 허용과 함께 수수료 수입의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고도화된 사업 분야의 개발은 아직 미흡하다. 또한 정보기술(IT) 투자나 리스크 관리, 전문인력 등 경영 인프라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대형 은행에 비해서는 뒤지고 있다. 즉 전반적으로 국내 은행의 국제 경쟁력은 아직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은행산업이 앞으로도 계속 내수산업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국제 경쟁력 부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 충분히 생존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금융환경 변화는 은행들이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만 안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미 외국계 대형 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을 인수했고 한미 FTA 등 금융시장의 추가 개방은 국제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과 달리 관계형 금융기반이 크게 약화된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경쟁의 국제화로 인해 자칫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우위마저도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또한 이미 집중도가 크게 높아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은행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경쟁으로는 국제적인 대형 은행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 은행은 국제화 전략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인데, 성공적 국제화를 위해 국제경쟁력 확보는 회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글로벌 경쟁이 점차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은행산업은 성장과 퇴보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의 수익성 호전은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하려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세계 금융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사업 및 수익구조를 구축해나가는 데 투자여력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IT 역량과 리스크 관리능력을 강화하고 국내에서의 시장쟁탈보다는 국제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최고경영진의 선도로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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