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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뿌려놓은 수조달러의 돈을 거둬들이는 미증유의 과제가 재닛 옐런(사진) 연준 부의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연준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서서히 끝을 향하는 가운데 출구전략 실행은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버냉키 의장 후임에게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쟁쟁한 후보군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는 66세의 여성 경제학자인 옐런 부의장이다. 그러나 물가안정보다 고용을 중시하는 옐런 부의장이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의 거품을 일으키지 않고 제때 출구를 열 수 있을지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적완화의 출구전략 시기가 너무 이르면 미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반면 너무 늦으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출구전략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옐런 부의장에게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WSJ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38명 가운데 29명이 그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목했다.
현재 연준 의장 후보는 전 재무장관인 로런스 서머스(58)와 티머시 가이트너(51), 전 연준 부의장을 지낸 로저 퍼거슨(61)과 도널드 콘(70), 스탠리 피셔(69)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의 3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 연준이 2%의 인플레이션 타깃과 실업률 목표 6.5%를 제시하는 등 옐런 부의장의 주장을 대폭 반영한 점을 감안, 옐런 부의장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빈센트 라인하트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가 백악관에 있다면 현직 의장보다 경력이 좋은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이 지명되면 연준의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이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옐런 부의장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절묘한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느냐는 점이다. WSJ는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안정을 우선시하는 옐런 부의장이 물가급등이나 금융시장의 버블을 초래하지 않고 제때 돈줄을 조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예일대 출신의 옐런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제임스 토빈의 제자로 금융위기 직후 "경제가 이렇게 약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실업율 해소를 위한 연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해왔다.
현재까지는 그의 예측대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1.8%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의 고용우선 성향 때문에 자칫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앨프레드 브로더스 전 리치몬드 연준 총재는 "(고용 우선) 접근방식은 자칫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력의 한계가 옐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WSJ는 옐런이 연준 의장을 지명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친분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버냉키 의장에게 3연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백악관과 유대관계가 깊은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차기 연준 의장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차기 의장이 최종 지명될 때까지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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