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악화로 전세계 금융 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국제 은행감독 기구인 바젤위원회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대형 은행(SIFI)들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을 최대 9.5%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형 은행들의 도산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에 큰 혼란에 휩싸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바젤위원회 관련 소식통을 인용, 바젤Ⅲ의 최소 자기자본비율 기준인 7%에 추가 자본 확충을 권고받게 될 대형은행이 30곳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젤Ⅲ는 금융업체들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에 관한 국제협정으로 오는 2013년부터 발효된다. 신문에 따르면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자본 비율은 은행의 규모, 글로벌 영업 범위, 구조, 위험 선호도 등에 따라 0.5~2.5%까지 각각 다르게 정해진다. 추가 자본 확충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1급 은행에는 씨티그룹ㆍJP모건ㆍ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계 은행 3곳과 도이치방크ㆍHSBCㆍBNP파리바ㆍ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ㆍ바클레이즈 등 유럽계 은행 5곳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자기자본비율을 9.5%까지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비율을 9%까지 높여야 하는 2급 은행에는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ㆍUBSㆍ크레디트스위스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 다른 10~15개 은행들도 자기자본비율을 0.5~2.0%까지 추가 충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부 은행들은 추가적으로 올려야 하는 자기자본비율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다음 주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바젤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분주한 로비 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 은행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FT는 자기자본비율 확충 방안이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며 "오는 23일과 24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회의를 앞두고 각 은행들이 낮은 등급을 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일본과 프랑스 협상 당사자들이 크레디아그리콜ㆍ소시에떼제네랄ㆍ미츠비시UFJ은행ㆍ미즈호은행ㆍ쓰미토모미츠이은행 등을 상위 등급에서 빼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중앙은행은 자국의 대형은행인 UBS와 크레디트스위스에 가능한 빨리 자본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국 대형은행에 국제 기준보다 더 엄격한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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