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노릇 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아빠 노릇 하기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정답이 하나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기자의 경험에서 풀어보려 한다. '아빠 노릇 하기'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지 않나 싶다. 자녀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아빠의 당연한 의무를 포함해 기본 수준은 아이들에게 놀이비용을 주는 것이 있다. 장난감이나 게임을 사주거나 여행비용을 대는 것이다. 아빠는 단지 '화폐'로 존재한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가 있다. 같이 게임도 하고 여행도 다닌다. 이제 아빠는 '친구'가 된다. 이 정도도 대단하지만 기자가 말하는 3단계에서는 보통 수준에 그친다.
이 글을 읽는 아빠들도 과거가 있을 것이다. 즉 아이였을 때 말이다. 그때를 생각해보자. 아빠들은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어 자식들을 키워주는 데 애들은 이를 모른다고 서운해한다. 하지만 그 아빠들도 아이 때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돈을 번다'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자기들의 생활을 유지시키는 토대가 아빠의 노동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다. '다른 애들에게도 있으니 나도 장난감이 있어야 한다' '놀이공원도 가야 한다'는 식이다. 어릴 때를 생각하면 기자도 그랬던 것 같다.
보다 권유할 만한 것은 아이들을 위해 직접 뭔가를 만드는 것이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놀이비용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가 보고 만지는 물건을 아이들을 위해 만드는 것이다. 예전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소풍을 따라간 공원에서 직접 나무를 깎아 솟대를 만들어준 기억이 난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었다. 캠핑도 고려할 만하다. 집(텐트)을 짓고 놀이도구를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는 아빠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이 단계에서 아빠는 '본보기'가 된다.
필자가 출입하는 문화 분야에서 어제오늘 두 가지 이슈가 잇따라 있다. 어제는 인터넷게임 분야였고 오늘은 관광 분야다. 게임은 기존 '셧다운제'라는 완전금지에서 부모의 동의 아래 탄력 있게 운용한다는 내용의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게임이라는 놀이를 아이에게 주는 것만으로, 즉 '아빠가 돈을 벌어주니 너희들이 게임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자기 노릇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하수다. 아이와 같이 게임을 하려 한다면 그나마 낫다.
9월 '관광주간' 운용을 앞두고 오늘 관광주간 추진 선포식을 가진다고 한다. 아빠가 '아빠'로서 인식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아이와 함께하는 아빠 노릇 하기 고수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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