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국영TV에 출연해 에너지 가격 인상 방안 발표와 함께 "국가는 인프라 개발과 교육·의료건강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데 우리는 지금껏 너무 많은 돈을 에너지보조금에 허비해왔다"며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이번 조치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18일 자정을 기해 각각 리터당 8,500루피아(약 769원), 7,500루피아(약 678원)로 2,000루피아씩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1년 전체 예산의 20%에 육박하는 240억달러(약 25조3,000억원) 이상을 매년 에너지보조금 지급에 쓰고 있다. 자동차를 가진 고소득층에게 혜택의 대부분이 돌아가는 이 제도를 손질하지 않고서는 조코위표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석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상적자 및 재정적자를 줄이는 한편 도로·항만 등 필수 인프라 건설, 저소득층 및 농어민 지원 등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내년 말까지 약 80억달러(8조8,000억원) 상당의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유 가인상 및 에너지보조금 정비는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중산층을 비롯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조코위 전임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이 2년 전 보조금 삭감을 시도했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으며 실패를 맛봤고 지난 1998년 독재자 수하르토도 유가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 때문에 권력을 내놓았다. 여기에 현 여소야대 국회를 비롯해 기득권층 대부분이 서민형 조코위 대통령과 적대관계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조코위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조코위 역시 이번 방침으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임기 초반 조코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여전히 강력하고 이번 개혁을 위해 (대선 캠페인 때부터) 사전준비 및 국민 동의작업을 수개월간 거쳐왔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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