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전날 독일 바이에른주의 한 성당에서 열린 가톨릭 행사에서 "융커 후보가 EU 집행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모든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감안해 EU 정상들이 지명하도록 돼 있다. 지난달 25일 끝난 선거에서 최대 정파가 된 유럽국민당그룹(EPP)이 차기 후보로 내세운 융커의 당선이 유력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선거 전 융커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메르켈이 반(反)EU 세력 약진을 불러온 이번 선거 결과 발표 뒤 "좀 더 넓은 시선에서 인물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융커 지지를 철회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이 같은 태도변화를 두고 독일 안팎에서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메르켈이 다시 융커 지지 입장을 확실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캐머런 영국 총리는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융커가 위원장이 되면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메르켈 총리에게 경고했다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EU 통합 및 확대에 적극적인 융커의 선출이 반EU 정서가 거세진 영국에 심각한 타격을 줘 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반EU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할 경우 오는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캐머런 총리는 융커에 대해 "1980년대의 인물이 향후 5년간 EU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한편 영국 외에 헝가리·네덜란드·스웨덴 등도 자국 내 반EU 기류를 의식해 융커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한때 융커를 지지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EU 정상회의에서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독일 주간 빌트암존탁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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