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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ICT올림픽서 얻어야 할 것들


보석처럼 빛나는 광안대교, 아름다운 해운대 그리고 야구와 항구. 국제영화제 도시 부산에 최첨단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지난 20일 개막해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7일까지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장·차관을 포함한 193개 회원국 정부대표 3,000여명과 취재진, 업계 관계자 등 30만명의 관람객이 부산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만 7,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유엔 산하기구인 ITU의 전권회의는 전 세계 ICT 정책 방향을 정하는 의사결정 회의다. 글로벌 주파수 배분, 위성궤도 지정, 각종 기술의 글로벌 표준 제정 등 ICT 분야와 관련된 대부분의 중요 결정이 전권회의에서 이뤄진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만든 휴대폰이 미국·유럽뿐 아니라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팔릴 수 있는 것도 ITU의 결정 덕분이다. 각 나라가 모두 다른 통신기준을 갖고 있거나 휴대폰 방식을 제각기 채택했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막막했을 것이다.

ITU의 결정이 각 국가와 통신·전자 업계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만약 ITU가 없었다면 국내에서 쓰던 휴대폰으로 해외에서 자유롭게 통화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을 다투는 상황에서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긴급구호신호도 ITU에서 정한다. ITU 전권회의라는 용어 자체는 낯설지만 그 혜택은 모두가 받고 있는 셈이다.

ITU는 1865년 출범했다. 한국이 가입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월31일이다. 전쟁 중인 한국의 가입을 지켜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측은' 그 자체였을 듯하다. 60여년이 지난 후 한국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되고 ITU 전권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전권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ICT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는 의미로 1994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라는 점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전권회의 개최에 감격하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산업적 성과에 비해 뒤처졌다고 평가되는 한국의 ICT 외교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전권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전 세계 ICT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ITU 이사국으로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는 오르지 못했다. ITU 전권회의로 한국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따라가는 위치'에서 '이끄는 위치'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등 이웃국가들이 ICT 분야에서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ICT 외교를 통한 선제적 대응은 한국 산업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이 ITU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 국내 산업 발전에 그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24일 차기 ITU 정보통신표준화 총국장을 뽑기 위한 선거가 열리고 이재섭 KAIST 융합연구소 박사가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연임이 가능해 8년간 전 세계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박사의 당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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