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원내외 병행투쟁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철야농성을 벌인 후 국회 본청과 청와대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여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박 위원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완강히 거부하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협상에 나섰지만 유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해 죄송하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유족과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유가족을 만나주지 않는 대통령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도대체 이런 방식의 농성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등 장외투쟁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과거 투쟁 방식을 되풀이할 경우 '발목정당'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성 초선 의원은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새누리당에 '100대0'으로 졌으면 이제는 지도부가 자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도대체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새정치연합은 오는 31일을 1차 투쟁 종료시한으로 확정한 상태다. 그때까지 새누리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국회 예결위회의장 점거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장외투쟁에 나선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은 7·30재보궐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과 180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분리 국정감사를 무산시키고 장외에서 강경투쟁을 하는 게 '국민공감혁신'의 첫걸음인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민생 행보를 통해 민심을 챙기는 일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폭우로 큰 피해를 당한 부산을 방문해 직접 피해현장을 점검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1차 국정감사 일정 무산에 따른 공백을 민생현장 방문을 통해 채우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민생 행보' 전략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면과제인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풀어낼 리더십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정치권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날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계속 대화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등 야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 등과 관련해서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태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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