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000만원을 저축은행에 맡겼는데 이자가 붙은 줄 몰랐다가 확인하니 5,000만원이 넘었어요. 얼마나 보상 받을 수 있습니까."
국회 정무위원회가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통과시킨 이튿날인 10일 아침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다는 부산의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얼마나 애가 탔으면 기자에게 물어봤을지 짐작이 갔다.
이 독자가 안도할 만큼 국회가 돌아가진 않을 듯하다. 전날 정무위에서 통과한 이 법이 안고 있는 문제 탓에 여야 모두 본회의에 올리기 꺼리기 때문이다.
누구나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면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예금액의 5,000만원까지 보호를 받는다. 위험한 대신 이자가 높은 후순위채는 보호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가 난 부산 저축은행이 위치한 부산 출신 새누리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지난 2008년 이후 부실화된 저축은행 가입자만 예금자 보호법으로 넘겨 보상하게 했다. 민주통합당 정무위원들도 찬성했다.
물론 저축은행 피해자 사연을 들어보면 안타깝다. 저축은행은 상품 가입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후순위채를 팔았다. 또 금융당국도 이들의 이런 영업행태를 방관했다.
그러나 이는 그 자체를 갖고 처벌할 문제이지 원칙을 어겨가며 구제할 성질이 아니다.
당장 2008년 이전 발생한 저축은행 피해자는 어찌할 것인가. 또 은행이나 보험, 주식에 돈을 넣은 다른 '서민'은 왜 구제하지 않는가라는 비판을 피해갈 길이 없다. 이번에 통과한 법에 따라 보상하는 금액은 전체 금융규모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팽팽한 막에 뚫린 구멍처럼 앞으로 일어날 비슷한 사건마다 똑같은 편법으로 구제할 것인가.
한 중진 의원이 저축은행 피해자 대표라는 사람 앞에서 꼼짝 못하던 장면을 본 일이 있다. 그 피해자 대표는 지난해 봄부터 지금까지 저축은행 점거를 하고 있고 그 때문에 5,000만원 이하 피해자의 돈까지 묶여 있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서글픈 현실이 국회까지 장악한 것인지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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