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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만족 못하지만 방향은 옳다" 변화에 힘실어줘

■ 왜 오바마를 원했나<br>재정위기·경기침체에도 실업률 등 꾸준히 개선 판단<br>국민 진보적 색채 짙어져 경제·교육개혁 등 탄력 기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한번 '앞으로(forward)' 나아가 미국 사회를 '변화(change)'시키는 데 미 국민들이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4년은 기대만큼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아 실망스러웠지만 미국이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에게 4년의 시간을 더 준 것이다.

미국인들이 의료ㆍ교육ㆍ세금 등 중요 현안에서 또 한번의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이념구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섣부른 분석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에즈라 클라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이번 대선이 끝난 후 "오바마의 재선은 그가 추구하는 변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인들, '큰 정부'에 힘 실어줘=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경제였다는 점에서 미 유권자들의 선택은 오바마가 지난 4년간 추진했던 경제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오바마의 재선은 의료ㆍ이민ㆍ낙태 등의 정책에 있어서도 미 유권자들의 성향이 이전보다 진보적으로 변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후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미국 경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선택했다"며 "이는 결국 21세기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특히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이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오바마가 아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에 돌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권자들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강조했던 '작은 정부'가 아닌 오바마가 추구하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미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선택한 것은 지난 4년 동안의 중산층 중시정책이 호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집권 1기에 부자들의 증세와 중산층의 감세를 주장하고 '도드 프랭크법'을 마련해 월가의 1% 부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가진 자들의 책임을 요구했다.



오바마가 집권한 4년 동안 미 경제는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은 9월 실업률이 7.8%를 기록해 4년 만에 8%를 하회했으며 최근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점차적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선 직전인 2일에 발표된 10월 실업률이 7.9%를 기록하고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 증가가 17만1,000명으로 전망치를 크게 웃돌아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국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미 유권자들의 인식은 경제뿐만 아니라 의료ㆍ이민ㆍ낙태 등과 관련한 사회 문제에 있어서도 진보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결과 미 유권자들은 의료ㆍ이민ㆍ낙태 등의 정책에 있어 사회적 소수자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오바마를 선호했다. 오바마는 집권 1기 동안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사실상 금지한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ADT)' 정책을 폐기하고 '오바마케어'를 통해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등 진보적인 정책을 펴왔다.

찰스 크로스해머 WP 칼럼니스트는 이에 대해 "오바마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ㆍ의료보험ㆍ교육 등의 진보적인 정책들은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들"이라며 "이번 대선이 지난 30년간 보수적이었던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중요한 '이념의 변곡점(ideological inflection point)'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80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50년 만에 보수적인 분위기로 변했던 미국 사회가 다시 한번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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