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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따라가다는 가랑이 찢어져요… 우리와 닮은 스위스 눈여겨 보시죠

■ 스위스에서 배운다 장철균 지음, 살림 펴냄

지정학적 위치·자원 비슷한 스위스 통해

만연한 이념 분쟁·사회 갈등 털어내고

작지만 강한 나라 만들 선진화 전략 모색


스위스 주민회의 '게마인데'

스위스 연방의회

해마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예전에 군대 관련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육군의 목표는 '미래육군', 해군은 '대양해군', 공군은 '우주공군'이다. 그러면 지금 한반도 땅은 누가 지키나." 씁씁한 이야기다. 누구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파악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경제나 정치, 문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국들과 비교를 많이 한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다. 최근에는 중국도 비교 대상에 자주 오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깜'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인구도 적고, 영토도 작고, 국제적인 영향력도 상대가 안된다.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나쁘지않지만 꼭 강 넌너 먼 나라만 봐야 할까.

'21세기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스위스에서 배운다'의 저자 장철균 전 스위스 대사는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스위스에 주목하라고 한다. 스위스는 국토의 4분의 3이 산악지대이고 사람이 유일한 재산인 처지가 우리나라와 같다. 주위에 강대국(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미국·일본·러시아·중국에 끼여 있는 것과 같고, 주민들이 프랑스계·독일계·이탈리아계로 복잡하게 구성된 것은 남북대치·이념분쟁·사회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과 비슷하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 7만달러, 전세계 국가 중 국민행복지수 3위,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0곳 중 3곳(취리히, 제네바, 베른) 보유, 빈곤율은 유럽선진국의 3분의 1, 양극화가 가장 낮다.

그러면 스위스는 어떻게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스위스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알프스의 진주'라고 불리는 스위스의 모습은 하늘이 내려준 혜택이 아니라 스위스 사람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건설했다고 일깨우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이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스위스 대사로 7년간을 근무했던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다. 7년 동안 있으면서 스위스의 사람들과 자연, 경제와 정치를 절실히 느꼈고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를 대비해 분석했다.



저자는 스위스를 연구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통합성'을 들고 있다. 구조적으로 깨지기 쉬운 다민족·다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분열이나 노사분규가 없고 사회적 갈등도 줄여나가면서 국민통합을 이뤘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경제나 은행, 관광산업은 부차적일 수 있다.

'스위스에서 배운다'는 스위스 역사에서 시작하고 있다. 스위스는 1291년 뤼틀리 동맹에서 3개 지역이 첫 연방을 꾸리기 시작, 계속 덩치를 키워 지금의 26개주(칸톤)의 연방체제를 완성했다. 성립 이후부터 줄곧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주변 강대국과 분쟁을 겪었지만 국제정세의 혼란을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극복해 나갔다.

20세기에 들어서 두 차례에 걸친 대전쟁을 비껴섰고 현재 유럽연합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오직 내실을 다지면서 국력강화와 과학기술·산업 발전, 시스템 정비에 매진했다. 덕분에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과 체계적인 교육·복지시스템, 통합적인 사회제도를 가지게 됐다.

책의 전편에 흐르는 것은 스위스에 대한 저자의 경외다. 자그마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는 주민총회를 통해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를 배웠고 기차역과 버스정류장에서 단 1분도 어긋남이 없는 정확성과 함께 스위스인들의 검소함과 근면한에도 놀랐다고 한다.

물론 스위스가 처한 상황이 우리나라와 똑같지는 않다. 정확히 같을 수도 없다. 하지만 작지만 알차게 살고 있는 스위스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되새겨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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