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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UBS의 월스트리트 제패
입력2006-12-26 15:52:46
수정
2006.12.26 15:52:46
서정명 기자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UBS 트레이딩룸이 있다. 국제규격 축구장 2개보다 넓고 26개의 테니스코트를 만들고도 남는 이 공간에서 1,700여명의 트레이더들이 하루에 1조달러의 자금을 거래한다. 이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8,000억달러보다 큰 금액으로 세계 금융자본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 정문과 트레이딩 룸 곳곳에 보이는 스위스 국기가 UBS는 미국 금융기관이 아니라 스위스계 투자은행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현장을 맛보기 위해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은 UBS가 미국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어떻게 금융자본주의의 본산지인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 것에 또 한번 놀란다.
UBS는 프라이빗뱅킹(PB) 부문 세계 1위 자리를 자랑하고 있으며 투자은행과 증권중개 부문에서는 세계 5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 강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이유가 뭘까.
월가(街)의 다른 투자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능력과 실적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경쟁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상사는 부하직원을, 부하직원은 상사를 수직적으로 평가하고 동료들끼리는 수평적으로 성적을 매겨 매년 회사에 제출한다.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서를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수천만달러의 연봉제안을 받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로 자리를 옮기는 벼락부자들도 속출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개인의 능력배양이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
우수 인재확보는 필수다. 동부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미국은 물론 해외 명문대학의 경영학석사(MBA)들을 대상으로 인재를 유치한다. UBS는 그들을 ‘Best of Best 인재들’이라고 표현한다. 인종과 성별에 상관없이 탁월한 능력과 실력만 보여준다면 고액 연봉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화와 현지화는 기본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UBS는 전세계 50여개국에 7만여명의 직원을 갖고 있다. 해외 법인 대표에 본사 경영진을 파견해 관리ㆍ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금융시장을 가장 잘 아는 현지 전문가를 영입해 직접 발로 뛰도록 한다. UBS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에 대해 ‘미국 현지인’을 고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별 직원들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에 파견 근무하는 것을 권장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보는 안목과 분석력을 높여 개인과 조직에 더욱 큰 도움을 준다는 계산에서다.
한국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회사들이 ‘글로벌’을 외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 개방으로 외국 투자은행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업종을 초월한 인수합병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과 의지’만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행동’이 중요하다.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이 UBS 트레이딩룸을 둘러보고 ‘작은 변화’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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