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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신냉전 조짐] "주식·에너지·곡물시장 살얼음판" … 글로벌 투자심리 먹구름

불확실성 높아져 美 증시 흔들·국채 수익률 뚝

국제사회 지원 지연땐 헝가리 등 인접국 타격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러 간 신냉전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에도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침공 사태가 우크라이나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극도의 불안감이 우크라이나 주변 인접국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물론 글로벌 증시와 에너지, 곡물 시장 등 주요 시장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 개입 요청 소식이 전해진 뒤 세계 최대 수탁은행인 BNY멜런의 시장 전략팀은 1일(이하 현지시간) "이번주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어닥칠 수 있는 심대한 리스크를 피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는 내용의 긴급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유럽연합(EU) 뒤에서 주춤한 태도를 보이던 미국이 전면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이하자 투자자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린 셈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2월28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인 1,859.45로 장을 마감한 미국 뉴욕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날 최고·최저가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의 군사 도발 등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648%의 수익률로 주간 기준 1월 말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주 말 시장이 문을 닫은 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앞으로 급속도로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의 빌 위터럴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서방이 심각하게 충돌하면 전세계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의 군 병력 파견을 요청하고 러시아 의회가 이를 승인하자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 경고에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측 역시 각각 2·3일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과 러시아 간 대립이 탈냉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로이터는 서구권의 한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한 소비에트연합의 침공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 유럽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그치지 않고 국가디폴트 위기의 타국가로의 전이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에 150억달러 규모의 국제금융을 공식 요청했지만 본격적인 지원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금융연합회(IIF)는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올해 필요한 지원액만 200억달러가 넘는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당장 이번달 안에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 사회의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우크라이나 디폴트가 인접국 및 세계 경제로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위험이 큰 지역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러시아다. 지난해 러시아의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은 유럽 수요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천연가스를 유럽에 팔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경유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한 전문가는 "가스 외에도 철·석유화학 등 전 소비에트 출신 국가 중 러시아 경제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지닌 곳이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적 타격 가능성 때문에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이 실제 무력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 폴란드와 헝가리·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이 사태 악화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올해 곡물 수출이 3,180만톤으로 미국 수준에 육박할 정도의 대규모 곡창 지대를 보유한 점, 러시아·유럽 사이 원자재의 주요 소송 통로라는 점 등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및 주요 곡물 시장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마켓워치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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