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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8월 19일] 사진(寫眞)
입력2008-08-18 17:26:32
수정
2008.08.18 17:26:32
지난해 12월 은행장에 취임한 뒤 각종 인터뷰와 행사 등을 통해 모델로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아마 태어나서 찍은 걸 모두 합해도 최근 몇 달간 찍은 것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오주석 교수의 ‘한국의 미(美) 특강’이라는 책을 보면 조선시대에는 초상화 그리는 것을 ‘사진(寫眞)’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베낄 사(寫)’에 ‘참 진(眞)’, 즉 사진이라는 말은 ‘참된 것을 그린다’라는 뜻이 된다. ‘참 진(眞)’자를 사용한 것은 겉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걸 넘어 모델의 인생역정과 경륜ㆍ성품 등을 모두 담아내는 과정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기게 되니 얼굴을 그리는 것은 그 사람의 참된 모습을 그리는 것이어서 사진(寫眞)이라는 표현은 참으로 절묘하다 하겠다.
하지만 요즘의 인물사진을 보면 조명 등은 기본이고 이른바 ‘뽀샵(포토숍)’이라는 처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이러한 요즘 세태는 옛사람들이 사진이라는 표현을 쓴 본래의 의미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옛날 사람이라고 없었겠는가. 단지 방법과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일 것이다.
필자는 요즘 같은 비디오 시대에 얼굴이나 인상을 더 좋게 보이려는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조용진 교수의 연구 결과인 ‘우리의 몸과 미술’을 보면 요즘 여성들의 얼굴이 조선시대 여성보다 더 크고 얼굴의 구조도 생각만큼 많이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의 일반 상식과 차이가 있는 셈이다. 남녀차별 없이 영양상태가 좋아졌으니 옛날 여성보다 요즘 여성의 얼굴이 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또한 눈ㆍ코ㆍ입 등의 비율도 그리 빨리 변하지 않을 것이니 역시 이해가 간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옛사람들이 낯을 씻고 분을 바르는 것 이상으로 좋은 생각과 남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덕을 쌓고 영혼을 정화해 변화된 마음의 상을 얼굴에 나타내려고 노력한 반면 요즘 우리는 너무 빠르고 쉽게 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실질보다 외양을 중시하는 세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하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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