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흑17이 놓였다. 백대마의 출구가 이것으로 막혀버렸다. 이제는 안에서 안형 둘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형 둘을 만들 궁도가 나오지 않는다. "잡힌 것 같습니다."(원성진) "던지는 도리밖에 없어요."(유창혁) 아직은 하변의 흑대마도 미생이므로 수상전을 기약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유창혁이 타이젬 생중계 사이트에 올린 가상도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14까지였다. 수상전은 수상전이지만 백이 여러 수 모자란다. "던지지 않으려면 가장 까다로운 방식으로 저항을 해야 하는데…."(윤현석) 윤현석9단이 참고도2의 백1을 찾아냈다. 일단 흑의 응수를 다소 거북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옆에 있던 유창혁이 흑2 이하 12를 만들어 소개했다. "역시 백이 안 되는군요."(유창혁) 잠시 후에 놓인 강동윤의 착점은 실전보의 백22였다. 윤현석이 찾아냈던, 그리고 역시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 바로 그 자리였다. 그런데 이세돌은 노타임으로 흑23에 젖혔다. "시간공격을 하는 것인데 좀 성급했던 것 같아요. 이건 패가 날 것 같아요."(유창혁) 시간공격. 상대방이 초읽기에 몰렸을 경우에는 자기도 노타임으로 둬서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전술을 말한다. 이세돌은 시간공격에 상당히 능한 사람인데 오늘은 이게 화근이 됐다. 그냥 잡을 수 있는 대마였는데 패가 나고 만 것이다.(31…23. 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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