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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명강의 열전] (9) 김지현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교수

학생특성·자질최대한고려 '열린강의'<br>프로젝트 중심 수업 진행·e메일로도 과제물 점검·학년별 교육목표도 달라<br>'한성 타이포연구회' 결성·매달 특강 등 활발한 활동 "강의할 때가 가장 즐거워"


"이 색상은 너무 진하지 않니. 눈에 거슬려. 눈을 자극하는 것이 적어야 좋은 디자인이야." "그래픽은 좋은데 타이포그래피의 섬세함에 신경을 더 써라." "행간이 아직도 좁아.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행간이 보여야 해." 교수의 꼼꼼한 지적에 학생은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한다. 학생이 의견을 제시하면 교수는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쳐준다. 학생은 수정 작업을 거쳐 다음주에 과제물을 인쇄해오겠다며 연구실을 나선다. 김지현(48)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교수의 '출판디자인' 수업 광경이다. 김 교수는 '열린 강의'를 표방한다. 디자인 전공은 실기 위주여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김 교수도 실습 위주로 강의를 진행하지만 일방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는 학생들의 생각과 아이디어 해결방법에 중심을 두고 자신은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1대1로 이뤄지는 과제 점검도 학생들의 형편을 최대한 고려해준다. 매주 점검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학생의 사정에 따라 미뤄주기도 하고 e메일로도 점검해준다. 김 교수는 "디자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밤샘 작업을 많이 하는데 새벽에도 메일을 보내 점검을 요구한다"면서 "교수는 피곤하지만 학생들의 결과물이 더 좋아지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학생 배려하는 수업 방식 큰 호응=올해로 교수가 된 지 20년째를 맞은 김 교수는 임용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도 프로젝트 중심으로 강의를 했지만 학생들의 특성이나 자질을 고려하기보다는 교수 위주로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학생들에게 강요한 측면도 많았다. 자신의 강의법에 문제가 많다고 느낀 김 교수는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갔다. 먼저 수업 목적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신상명세서를 받는다. 졸업 후 진로나 해당 수업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제시했다. 김 교수는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한다"면서 "학생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니까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과제물을 점검할 때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이러한 김 교수를 엄마나 언니같이 대한다. 조소영(시각영상디자인전공4)양은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진로 지도뿐 아니라 연애나 가정사에 대해서도 상담을 많이 해주신다"면서 "어머니처럼 따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도 최대한 유연하게 진행하려고 애썼다. 시각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진출 분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같은 주제의 프로젝트라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과제의 방향을 달리 했다. 예를 들어 '타이포그래피 에세이 북'을 만드는 프로젝트의 경우 광고디자인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에세이 북의 각 페이지가 광고와 같은 메시지 전달 방식을 취하게 하고 출판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학생에게는 레이아웃 능력, 이미지와 글자의 관계 등을 심도 있게 접근하도록 했다. 영상디자인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영상으로 보는 책을 만들도록 하고 웹 디자인으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웹 페이지를 디자인하도록 했다. 학년마다 교육 목표와 내용을 달리했다. 2학년은 이론 등 디자인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가르치고 3학년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활용 능력과 새로운 발상을 계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4학년은 자신의 아이디어ㆍ의견을 제시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많이 시킨다. 김 교수는 "디자이너는 기획력과 분석력, 자신의 의견을 시각적으로뿐만 아니라 말과 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춰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타이포그래피 전문가 양성 주력=김 교수는 수업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교육ㆍ연구ㆍ산학협력 등 디자인 전공 교수로서 해야 할 분야가 많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분야 교수들은 업계에서 실무 경력을 쌓고 학교로 오는 경우가 많아 산학협력을 활발하게 한다. 김 교수도 서울정도 600년 기념 홍보물 디자인이나 경기도립박물관 CI 등 지난 1990년대에는 외부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학생 교육이나 연구ㆍ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교수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면서 "연구나 저술활동은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기가 쉽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보다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8권의 저서를 저술한 김 교수는 2004년ㆍ2007년ㆍ2008년 등 세차례 우수 강의 교원에게 주는 '베스트 티처(best teacher)상'을 받았다. 김 교수의 전공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다. 글자(활자)의 서체나 배치 등을 통해 시각적 표현을 하는 디자인 분야다. 평범한 서체를 가지고도 크기와 배열에 따라 느낌이 변화하고 정보 전달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타이포그래피의 활용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타이포그래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 광고, 출판, 상품패키지, 웹 디자인, 옥외 간판 등 활용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면서 "회화 위주로 생각하던 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그래서 더욱 지적 호기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2년 제자들과 함께 '한성 타이포연구회'라는 스터디 모임을 결성,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현재 40여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매달 한차례 특강을 통해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한성 타이포연구회가 활성화되면서 홍익대ㆍ상명대 등 다른 대학의 타이포그래피 분야 학생들과의 연합 모임으로 발전해 매년 한글날 전시회를 갖고 있다.
김지현 교수는


1963년생.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산업미술과와 미국 이스턴미시간대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1991년부터 한성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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