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각종 사회적 욕구가 분출하며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은 피할 수 없으며 때로는 여론을 수렴하는 창이 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갈등을 관리하지 못해 불필요한 대립을 심화하는 현실이다. 역대 정부는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을 주장했지만 이를 실천한 적은 드물었다. 갈등을 관리해야 할 국회는 갈수록 중도를 원하는 민심과 어긋나 이념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처음으로 직접 나서 갈등 관리 시스템을 추진했던 것은 노무현 정부다.
2005년 정부는 갈등이 우려되는 국책사업은 추진 단계부터 갈등영향분석을 도입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갈등관리심의위원회와 각 정부 부처에 갈등조정협의회를 두는 내용을 골자로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입법은 좌절됐고 일부에서는 이해관계자인 정부가 주도하는 갈등관리는 중립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일었다. 노사정위원회 등 기존의 갈등해결 기구의 역할을 축소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입법에 실패한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다만 대통령령은 중앙부처에만 적용될 뿐 실제 갈등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정권이 넘어간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나마 형식적인 운영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에서 쟁점이 된 과학벨트 및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 과정에서 교육부나 국토교통부가 갈등영향분석을 하거나 갈등관리위원회를 연 기록은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여당 소속인 권택기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갈등관리법 제정안을 냈지만 18대 국회 내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8월 국가공론위원회법 제정안을 냈지만 2년째인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토론에 들어가지 못했다.
국가공론위원회법의 주요 내용은 총 사업비 5,000억원 이상인 국책사업은 수립 단계에서부터 행정부와 독립된 국가공론위에서 공공토론을 개최해야 한다.
정부는 또 대통령 직속으로 각종 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갈등을 관리하려 했다.
특히 국민대통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었다.
야권의 원로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해 영호남 지역갈등과 좌우대립을 해소하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자문기구에 해당하는 대통합위원회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정부와 민간의 갈등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현안에 개입하기보다는 '국민통합 공감 토론회' 등 통합을 주제로 한 원론적인 토론 중심으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중점사업인 갈등관리포럼 역시 지난해 12월 발족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김동완 의원은 "기존에 갈등관리 제도가 잘 되어 있는데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갈등의 한 당사자이면서 갈등관리에 나섰다는 점"이라면서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로부터 중립적인 제3자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민관의 이해당사자를 중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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