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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자주포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서방국가로 부상했다. 특히 구경 155㎜급(옛 공산권은 152㎜)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 최다 운용 국가로 떠올랐다. 군은 자주포 신규생산과 개량, 지원차량 보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신문이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간하는 '밀리터리 밸런스'와 제인 연감, 국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육군이 보유한 자주포는 약 1,600여대로 1,836대를 보유한 미국에 이어 서방세계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이 최소한 500대 이상을 예비보관물자로 돌린 반면 한국은 보유분 전량을 가동해 서방진영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자주포를 운용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 포병전의 주력이자 사단급 이상 부대에 배치되는 155㎜급 이상 대구경 자주포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서방진영에서 자주포를 많이 운용하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900대), 터키(697대), 그리스(581대) 순이다. 전통적 군사 강국인 영국은 89대, 프랑스는 114대(차륜형 77대 포함), 독일은 130대에 머물렀다.
옛 공산권까지 포함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1,800여대의 자주포를 운영하고 있으나 소구경 자주포를 제외한 운용대수는 러시아 1,420대(152㎜ 1,400대, 203㎜ 20대), 중국 460대(155㎜ 126대, 152㎜ 234대)로 보유 전량이 155㎜로 구성된 한국 육군의 자주포대가 운용수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군은 오는 2019년까지 K9자주포를 1,200대 이상으로 늘리고 K-55 보유 전량(1,040대)을 K-55A1으로 개량하며 자주포대를 지원할 각종 궤도형 탄약운반차와 지휘차를 1,000여대 가까이 생산·배치할 계획이다. 운용대수는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1위에 올라선 한국 육군 자주포병의 지위는 중국이 자주포 전력을 4~5배 증강하지 않는 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약 4,000여대의 자주포(자행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부분 소구경인데다 대구경 자주포도 포탑으로 보호되지 않는 개방형이어서 실제 전력은 서방권이나 옛 공산권의 주요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자주포 전력에 대한 투자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압도적인 항공전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정찰수단을 보유해 포병을 감축할 여유가 있는 선진 각국과 달리 한국은 거대한 포병 전력을 지닌 북한과 상대하려면 강력한 자주 포병이 필요하다"며 "세계적 추세에 맞춰 화력 밀집도가 강력한 다연장로켓(MLRS)을 증강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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