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심계서(감사원)가 152억달러(약 15조4,400억원) 규모의 불법 금 담보대출을 적발했다. 앞서 지난 4월 칭다오에서 적발된 구리·알루미늄 등 금속 관련 불법 사기대출과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불법대출 사건이 글로벌 금융·상품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심계서는 25개 금 가공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944억위안(약 152억달러)의 '비규범' 대출을 적발했다. 홍콩 봉황망은 심계서가 밝힌 '비규범 대출'이 편법ㆍ불법거래를 모두 포함한다고 전했다. 심계서는 2012년부터 불법대출로 금 가공업체들이 9억위안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WSJ는 이미 중국 은행들의 금 관련 대출에 대한 정밀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규정위반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후얀얀 에버브라이트선물 애널리스트는 "금융기관들이 올해 금 가공업자의 신용도를 내렸다"며 "금 가공업체에 대한 신용장 발급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자재를 담보로 한 대출은 합법적인 금융거래다. 하지만 4월 중국 해관(세관)에 구리·알루미늄 등으로 중복대출을 받은 사기대출이 적발되며 금속담보 대출이 현재는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WSJ는 이번에 적발된 불법 금 대출과 칭다오 금속 사기대출이 연관돼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불법 금 대출을 해외 투자은행과 중국 내 은행이 모두 연관된 대출로 보고 있다. 중국 금 가공업체들은 가공한 금을 담보로 역외 자회사를 통해 해외 투자은행에서 달러 대출을 받은 뒤 위안화 환전을 거쳐 중국 내 고수익 신탁상품에 투자해 불법적인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로 환전해 환차익을 얻고 신탁상품 투자를 통해 금리차를 챙겼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이후 금속담보로 1,100억 달러가 위안화로 환전돼 중국에 들어다고 추정하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칭다오 금속사기 대출과 금 불법대출에 연관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불법 금 대출사건은 글로벌 금융시장과 단기적으로 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칭다오 금속 사기대출은 구리 등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대출해준 씨티은행을 비롯해 홍콩과 싱가포르 은행들이 금속 담보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인 후 대출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불법 금 대출 등이 관련규제 강화로 이어져 금속 담보대출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이 경우 세계 금 시장의 '큰손'인 중국의 금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인 노스스퀘어블루오크의 애널리스트 프랭크 탕은 "중국의 황금 소비규모는 1,000톤을 넘고 금의 환금성·보관성 등을 고려하면 중국에서 금 대출 거래를 완전히 중지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이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인 수요를 약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5% 내린 온스당 1,314.20달러에 거래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